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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전성시대의 明暗
 
천상기 경기대 초빙교수/ 언론학   기사입력  2013/01/27 [16:04]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특정업무경비’가 공무원들의 쌈짓돈처럼 쓰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업무경비는 공무원이 급여와 별도로 지급받는 네 가지 경비 가운데 하나다. 나머지 세 가지는 업무추진비, 직책수행경비, 특수활동비다. 월급 외 받는 ‘공무원 4대 경비’는 1년에 2조원 규모이다. 특정업무경비는 50개 중앙행정기관에 지급되며 올해 총예산은 6524억 원이다. 용도가 수사, 조사, 감사 등과 관련한 외근, 자료수집, 외부인 접촉 등으로 한정돼 있다. 관련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의 직원이나 부서에만 지급하며, 경찰이 4434억원으로 가장 많다.
 
용도별로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개인 지급분이 있다. 형사처럼 거의 매일 외근을 나가는 공무원에게 월 30만원 한도 내에서 한꺼번에 준다. 30만원 이하는 증빙이 필요 없다. 이동흡 후보자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시절 부서 지급분을 매월 받았다. 연구관 등을 거느린 부서의 장이라고 보고 지급한 것이다. 지급 자체는 부서의 장에게 하지만 조사 등 한정된 목적으로만 써야 하며 증빙도 반드시 해야 한다. 이 후보자는 공적 용도에만 쓰도록 돼 있는 특정업무경비를 월평균 400만원씩 받아 개인통장에 자기 돈과 썩어 넣어 놓고 신용카드 대금과 보험료를 내는 데 썼고 금융상품에 넣어 불리기까지 했다.

업무추진비는 부서 회식, 외부 접대 등 부서 운영과 관련해 지급하는 비용이다. 카드로 지급하며 올해 총예산은 2043억원이다.

특수활동비는 국정원 직원이 간첩을 검거하거나 지식경제부 직원이 해외 기술유출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쓰는 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돈이다. 총 20개 부처에 지급된다. 작년 예산안 기준으로 국정원4689억원, 국방부 1575억원, 경찰청 1220억원, 청와대 262억원 등 모두 8382억원 이었다. 증빙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와 별도로 직책수행경비가 있다. 계장급부터 1급까지 직제상 부하를 거느린 보직 간부에게 1인당 5만~75만원을 지급한다. 증빙이 필요 없고 업무추진비 부족분을 보완하는 성격이다. 2013년 예산은 1263억원이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경쟁력은 세계 19위, 그러나 공무원들의 의식, 행태 등과 관련한 ‘제도’는 62위이다. 사회간접자본이 9위, 보건과 초등교육이 11위인 것에 비해 너무 뒤떨어진 순위이다.

‘국제투명성기구’의 정부 등 공공부문 부패지수는 45위, 이 순위는 10여 년 계속 40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공무원들에 대한 세계의 평가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 런던올림픽 5위의 스포츠대국인 한국 공무원의 위상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한마디로 부패하고 효율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 체감지수도 외국의 평가와 다르지 않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인 최첨단 빌딩의 널찍한 사무실에서 거드럭대는 공무원들은 늘어나고 있으나 뇌물을 받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낡은 의식과 행태는 여전하다. 재직기간에 해고될 걱정 없이 정년까지 승진하면서 근무하다가 퇴직 후엔 공무원 연금을 일반인들보다 몇 배나 더 받아 챙기는 ‘신이 내린 직장’인 것이다.

구청 9급 공무원이 업무상 20억원을 횡령하는 사례 등 부정부패, 비리의 온상으로 썩을 대로 썩은 집단의 타락을 보여주는 현실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초기에 강력한 개혁 정치를 추구했다.
관료사회의 오래 눌어붙은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 공직사회 전반에 걸쳐 사정을 실시했다. 부작용은 바로 나타났다. 공무원들이 일을 하지 않았다. 당시 오인환 공보처 장관은 이 같은 모습을 ‘복지부동(伏地不動)이라고 표현했다. 공무원들이 개구리처럼 땅에 납작 엎드려 사정의 칼바람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념이나 소신을 저버린 채 ‘영혼이 없는 기능인’이 돼버린 것이다.

새 정부 인수위도 행정조직 개편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겉모습만이 아니라 어떻게 속까지 바꿀 것인가의 방향과 방법론도 곧 제시되어야 한다. 시대정신에 맞게 공무원들의 의식과 행태가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 대통령에게 관료사회는 거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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