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삼동면 보삼마을. 1980년대 영화 '뽕'과 '감자, 씨받이 등이 촬영되기도 했던 평화롭던 이 마을에 울산시의 종합장례시설인 하늘공원이 올해 3월 들어서면서 이권을 두고 주민들 간 반목이 생기고, 여러 차례의 폭력사태가 일어나는 등 혼란이 일고있다.

외지고 오진 마을,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울산에서 가장 늦게 TV를 시청한 마을이 울주군 삼동면 보삼마을이다.
 
4일 이 마을을 찾아가는 길은 쉬웠다. 울산시의 종합장례시설인 올해 초 개장하면서 길도 시원하게 뚫렸다. 이 길이 불행을 예고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보삼마을에 2013년 3월 종합장례시설인 울산하늘공원이 들어섰으며 울산시는 주민들을 위해 운영 수익권 일부를 줬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이 마을의 종합장례식장 위탁업체인 ㈜보삼 운영과 관련해 주주 12명을 입건했다. 배임수재와 위장전입, 폭력 등의 혐의였다. 입건된 주주는 모두 이 마을 주민으로 총 40명의 주주 모두는 이 마을 주민이었으나 공교롭게도 입건된 12명은 10년 사이 외지에서 마을에 들어온 사람이 대부분이다.
 
㈜보상의 전 대표 A씨는 모 업체에 운영권을 넘겨주기로 하고 5000만원을 받았다가 되돌려줬다. 또 다른 위탁업체 주주 B씨는 수육 등을 납품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입찰에 참가하지 않은 업체에 1000만원 받고 납품권을 줬다.
마을 주민들 간 반목도 일어났다.
 
8대째 이 마을에 살고 있다는 서재우(83)씨는 "평생을 살면서 마을 주민이 경찰에 간 적 없었는데 이번이 처음"이라며 마을 주민 간 폭력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도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며 기억조차 떠올리기 싫어했다.
 
70년대 50가구가 살던 마을은 점차 주민이 줄어들었으나 2003년 이후 조금씩 늘어 지금은 100가구를 훌쩍 넘기고 있다.
 
할머니 집에 손주가 돌아오는가 하면 사돈에 팔촌까지 연을 들어 주소를 이곳으로 옮겼다. 연고지가 없는 부산 사람 몇 명도 현재 주소가 보삼마을이다. 모두 장례식장 운영권 탓이라는 게 서 노인의 설명이다.
 
외지인인지 아닌지 모호한 경계의 새로운 사람들로 인해 평화롭던 마을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지나친 활기로 인해 경찰 신세까지 지고 있다.
 
1980년까지 도로와 전기가 없었던 보삼마을은 기와집 한 채에 나머지 50여 채 집은 모두 초가집이었다.
 
문명의 흔적이 없어 영화 '뽕'을 비롯해 '감자, 씨받이, 앵두, 변강쇠' 등 1985년 이후 고전영화의 주요 무대이기도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A씨는 "첩첩산중 골짜기에서 발가벗은 때부터 같이 지내던 사람들 사이에 미움이 일기 시작했다"며 "경찰이 이참에 제대로 정리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
 
또 하늘공원을 지어 위탁을 맡긴 울산시에 대해서도 "우리가 하기엔 너무 버겁다"며 "울산시가 진짜 주민과 이권을 노린 주민을 가려 우리를 보호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울주경찰서의 사건 발표가 있고 난 8월1일 하늘공원 수익사업 위탁업체인 ㈜하늘공원 보삼의 운영상황 전반에 대한 행정지도 강화와 최근 불거진 비리 사태와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순박했던 마을 주민들은 11차례의 폭력사태로 경험했다.
마을 주민들은 조만간 주주총회(보삼마을 주민 40명을 구성)를 열고 문제가 된 주주에 대한 자격 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순박했던 마을의 인심은 울산하늘공원 개장과 함께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