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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은 불공평한 고비용 음서제(蔭敍制)
 
신영조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5/11/23 [15:20]
 
▲신영조 칼럼니스트
우리 인간들은, 특히 남자라면 돈, 명예, 권력을 쟁취하려 좌충우돌(左衝右突)한다. 법조계의 경우 판사는 명예, 검사는 권력, 변호사는 돈이라는 결과물을 훈장처럼 부여하는 것이라 한다. 이는 ‘너 고소’로 유명한 강(용석)변(호사)이 某 케이블 방송에서 한 말이다.

사법시험 유지 여부를 놓고 ‘금수저·흙수저’ 논쟁이 국회 안팎에서 벌어졌다. 부모의 재산에 따라 금·은·동수저에서 흙수저까지 자식의 경제적 지위가 결정된다는 이른바 4등급 '수저 계급론'이 화제다.
한국에선 아직 민간이 축적한 부(富)에서 상속·증여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들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저성장·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개인의 노력으로 번 소득'보다 '상속받은 자산'의 중요성이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금수저보다 더 누리고 산다는 다이아몬드수저, 플래티늄(백금)수저로 수저 계급론이 진화할 수밖에 없는 미래가 한국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금수저가 대학가는 방법, 즉 1% 부유층의 자녀 교육목표는 사립초→국제중→특목고→명문대로 이어지는 ‘KTX 라인을 타는 것’이며 요사이 가진 자들이 향유하는 ‘로스쿨 과정’이 마지막이라 생각한다. 이 과정을 마치기까지 1억원이 소요된다는 이야기가 Fact라면 일리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로스쿨 제도를 추진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이다. 2009년 사법개혁의 차원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재들을 전문성 있는 변호사로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오늘날 일반 대학원의 두 배인 연간 2000만 원의 등록금을 내야 갈 수 있는 로스쿨은, 다양한 장학금 등의 제도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덫’이 아닌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제도가 되어가고 있다.

입학 과정에서의 진입 장벽은 비단 경제적인 면만이 아니다. 경제적 장벽을 감수하고 로스쿨에 지원하는 학생들, 그들 대부분의 성적은 로스쿨의 기대치에 맞춘 비슷한 수준을 지니고 있다. 그렇게 비슷한 성적 수준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결국 당락을 결정하는 데 면접과 자기 소개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 과정에서 각 개인이 가진 배경, 집안, 인맥 등이 로스쿨 당락의 주요 요인으로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아버지가 교수로 있는 학교에 아들이 입학하는 '로사부일체'의 웃지 못할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2017년 폐지되는 사법시험을 존치시키기 위한 변호사시험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국회는 지난 18일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새정연 소속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은 ‘고비용 음서제(蔭敍制·고려와 조선에서 고급 관리의 자손을 과거시험 없이 채용했던 제도)라며 졸업 후 취업 과정까지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있다고 사시 존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토론자로 나온 김정욱 한국법조인협회 회장은 사법시험은 96%가 넘는 낙방자와 가족을 방황하게 만든 시험이라며 폐지를 주장했다. 그러나 나승렬 변호사는 합격률 3%가 문제라면 합격률이 1.7%인 서울시공무원 시험도 폐지해야 하느냐며 사시가 없으면 2000만 명의 고졸과 전문대 출신은 법조인이 될 기회를 잃게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오수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사시는 취약 계층의 ‘희망의 사다리’가 아니라 ‘희망의 덫’이라며 신림동 발전에만 도움을 주는 사시와 달리 로스쿨은 다양한 대학과 전공자가 진입해 지역 발전에 기여한다고 받아쳤다. 하지만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로스쿨생의 90%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으로 사시의 (세 대학 출신 합격자의) 3.3배라며 약자의 패자부활전인 사시와 달리 로스쿨은 (고위층의) ‘전화 한 방’이나 ‘로또 한 방’이라고 주장했다.

옛날엔 개룡이가 될 수 있는 제1의 지름길이 사법고시 패스였다. 하지만 지금의 로스쿨 과정은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 되고만 셈이다. 필자는 현재의 로스쿨제도는 불공평한 고비용 음서제에 가까움에 동의한다. 이의 시정을 위하여 적절한 등록금제도로 자격자들을 확대하고, 적격자를 선발하여 변호사 시장에 내 놓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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