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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서 배우는 인문계 졸업생의 취업난
 
신영조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5/12/08 [15:31]
 
▲ 신영조 칼럼니스트
철학(哲學)은 다양한 사유(思惟)의 방식을 추구하는 학문이다. 사유의 사전적 의미는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일’로 개념, 구성, 판단, 추리 따위를 행하는 인간의 이성 작용을 말한다. 철학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끊임없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과학처럼 똑 부러지는 정답은 없지만 다양한 생각의 가지들을 펼치는 학문이다.

피타고라스는 철학을 ‘지혜에 대한 사랑’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현대적 의미의 철학은 ‘지혜에 대한 사랑’ 그 이상을 포괄한다. 철학은 현상 너머의 본질(이데아)을 보려하고 인간이, 행복이, 정의가 무엇인지를 다양한 각도로 비춰본다.

과학이 다양성을 동일성으로 환원한다면, 철학은 동일성을 다양성으로 분해하는 셈이다. 사유의 폭이 넓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과학적 사고, 철학적 사고를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한다는 의미다.

“애플은 언제나 기술과 인문의 교차점에 있다.” 정보기술(IT) 시대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가 남긴 이 말은 인문이 기술 발전의 씨앗임을 함의(含意)한다. 기술 발전은 결국 인문의 힘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문이 꿈을 꾸고, 그 꿈을 기술이 실현할 때 인류의 진보가 빨라진다는 얘기다. 인류의 참된 진보는 정신과 물질이 균형을 맞춰야 가능하다. 물질은 넘치지만 정신이 타락하면 문명이 쇠락하고, 정신이 풍요로워도 물질이 지나치게 부족하면 그 문명은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인문은 문(文), 사(史), 철(哲)을 아우르는 말이다. 문학으로 상상력을 키우고, 역사에서 현재를 사는 지혜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키우고, 철학으로 사물을 보는 통찰력과 사유의 공간을 확장시키는 것이 바로 인문이다. 기술이 물질을 풍요롭게 하는 바탕이라면 인문은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씨앗이다. 인문은 사고의 근력(筋力)을 키운다. 본질을 꿰뚫는 통찰,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 융합·통섭으로 새로운 창의를 만드는 힘도 대부분 인문에서 나온다.

하지만 대졸 취업난의 여파로 인문계 졸업생의 절반가량이 전공과 상관없는 일자리에 취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니 걱정이다.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특히 인문계는 해외 어학연수 등으로 취업준비 비용은 가장 많이 드는데도 취업률은 다른 계열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 기관지 최신호에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대졸 취업자의 전공 불일치 비율은 2005년 23.8%에서 2011년 27.4%로 6년간 3.6%포인트 상승했다.

계열별로 보면 2011년 기준으로 인문계열 전공 불일치율이 44.9%로 사회(30.5%), 공학(23.4%)계열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는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전공과 무관한 '하향 취업'을 택하는 비율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것을 반증한다.

또한 인문계와 다른 계열 간 취업률 격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기준 인문계 취업률은 79.7%로 사회(81.8%), 공학(87.8%)계열과 최대 8.1%포인트 차이가 났다.

이처럼 타 계열보다 낮은 취업률에도 어학연수 등으로 취업 준비 비용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사시험 준비, 어학연수, 자격증 취득 등에 소요된 비용을 모두 합해 평균을 낸 결과 인문계 졸업생은 1인당 745만6천원으로 사회(495만8천원), 공학(507만5천원)계열보다 훨씬 많았다. 이번 보고서는 한때 사회적 이슈가 됐던 '이공계 기피' 현상이 취업난 탓에 '인문계 기피'로 옮겨갔다는 우려가 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철학은 글쓰기에도 알찬 씨앗이다. 인용할 것도 많지만 나름의 생각을 펼치는 틀을 제공하는 것 또한 철학이다. 철학적 기초가 단단하면 국어 과학 역사 등 다른 공부의 효율성도 크게 높아진다. 공부라는 것이 결국 그 토대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특히 논술로 대학에 들어가려는 학생들이라면 철학적 지식을 탄탄히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대입이 아니더라도 철학은 삶의 품격을 높여준다.

그동안 정부 정책은 우수 인력의 이공계 진학을 독려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스티브 잡스가 언급한 ‘기술과 인문의 교차점’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대졸자 집단 중 상대적 취약 계층인 인문계 대졸자에게 특화된 취업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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