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작년보다 3단계 하락은 했지만 28위로 상위권을 지켰다. 지난 11월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 연구소가 세계 142개 나라를 대상으로 순위를 매겨 발표한 '2015 레가툼 세계 번영 지수'에서 한국은 지난해보다 3계단 떨어진 28위에 올랐다. SNS상에서 논란중인 ‘헬조선’과는 거리가 먼 평가라 다행이다.
한편 한국경제가 내년에도 대내외 악재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경제예측기관들에 따르면 내년에 중국경제는 올해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의 금리인상 본격화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 수도 있다. 원자재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인해 신흥국들은 외환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내년 국내외 정치일정도 부담스럽다. 한국은 내년 4월에 국회의원 총선거를 실시하며 미국은 11월에 대통령선거를 치른다. 정치적 이벤트는 위기 대응력을 떨어트리는 경우가 있다. 내년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핀란드의 유로존 탈퇴 논란이 일어나면서 유럽경제가 다시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한국 입장에서는 내년에 좋아질 요인이 별로 없는 것이다.
내수절벽과 함께 채용시장의 축소도 우려된다. 지난 해 ‘세월호 광풍’과 올해 ‘메르스 파동’이 가져다 준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한국이 중국 경착륙, 미국 기준금리 인상, 원자재 수출 신흥국의 외환위기 가능성 등의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경제의 둔화는 한국경제에 결정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무디스는 최근 한국 경제의 부정적 요인으로 중국 경제의 둔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꼽았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산업구조 고도화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내년에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은 이른바 '뉴 노멀'(신창타이) 시대에 접어들어 성장세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의 국제금융센터는 중국 불안이 글로벌 리스크의 핵으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 역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이 나라 경제가 경착륙을 하게 되면 심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데 성공하면 한국의 수출이 어려워진다. 심각하게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1% 하락하면 우리나라 GDP는 0.21% 감소하고 경상수지도 0.16%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금리인상이 적지 않은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충격을 세계경제의 최대 불안요인으로 꼽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완만한 인상 속도와 견조한 경제성장이 합쳐지면 긍정적일 수 있지만 예상보다 빠른 속도의 인상 및 재투자 중단에 따른 유동성 회수 등은 세계 경제에 부담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과 신흥국의 경기 부진도 큰 불안 요소다. 국제 원자재 가격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공급과잉 등으로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스 등은 최근 석유와 구리, 석탄, 아연 등 원자재 가격이 아직 바닥까지 떨어진 것이 아니라면서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외의 정치적 상황 역시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안 타결로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즉 '그렉시트' 위기는 넘겼으나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들 나라의 이탈이 실제로 이뤄지거나 이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면 시장의 불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거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선거철에는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 쏟아지는데다 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제라도 중국 경제가 수출에서 내수중심 경제로 바뀌는 게 확실한 만큼 소비재와 서비스 쪽으로 대중 수출의 무게추를 옮겨야 할 필요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수출 지역 다변화도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