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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
 
신영조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6/02/11 [18:12]
 
▲ 신영조 칼럼니스트
중국 唐(당)나라의 백장(百丈)선사는 90세의 노구에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수행하는 등 다른 대중과 함께 운력에 참여하였다. 그에게는 수많은 제자들이 있었는데,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솔선하여 일을 하였다. 제자들이 말렸지만 듣지 않자. 하루는 이를 안타깝게 여긴 제자가 일부러 백장스님이 사용하던 농기구를 모두 감추었다.

그러자 백장 스님은 그날 방에서 나오지 않고, 식사도 하지 않았다. 이에 제자들이 그 이유를 묻자 답한 말이 다음 구절이다. “내가 아무런 덕도 없는데 어찌 남들만 수고롭게 하겠는가?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 라고 하였다. 참고로 부처님의 제자가 수만명에 이르렀고 함께 생활한 제자들도 매우 많았다. 그러나 탁발(스님들이 민가에 가서 밥을 비는 행위)을 할 때 몸소 하셨고, 남을 시키는 일이 없었다. 진정한 수행자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이란 하루 일하지 않으면 그날은 먹지 않는다는 뜻으로 모두(冒頭)에서 유래하고 실천한 옛일이다. 그리고 일일부작 백일불식(一日不作 百日不食)이란 농부가 하루 일을 쉬면 백 일 동안의 양식을 잃는다. 란 뜻으로 미리 준비가 없으면 나중에 곤란을 받으니 ‘제 철을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일하라’는 의미다. 

노동이 슬픈 이유는 그것이 철저히 자본의 논리에 따르기 때문이다. 교환가치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부자가 대접을 받듯 양질의 노동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많은 금권과 명예를 누린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國民敎育憲章/국민교육헌장 첫 구절)와 함께 가장 치졸한 거짓말처럼 여겨진다.

우리나라는 130만원 미만 급여를 받는 저임금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25%에 달한다. 이 말은 500~600만 명의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은 곧 자신의 월급이고, 한 가족의 밥줄이라는 뜻이다. 최저임금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을 최소 2인씩으로만 계산해도 대한민국에서 10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최저임금으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지금의 최저임금 문제는 IMF가 남기고 간 우리 사회 상처와 고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우리 사회는 불안정, 저임금 일자리가 증가했고 임금불평등이 고착화되면서 소비도 급속히 침체되었다. 결국,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것이 명확해지는 대목이다. 이러한 최저임금 받는 우리의 '가장'들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듯, 최저임금 당사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게 된 단어는 'IMF의 상처'였다.

최저임금을 받아 마땅한 일자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해야 하는 곳이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일자리뿐인 것이다. 강도 높은 노동, 장시간 노동, 숙련된 노동임에도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자를 보는 그 사회의 수준이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 기업 성장의 근간이 되는 노동의 가치를 우리 사회는 존중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지금의 최저임금은 이미 제 기능을 상실했으며, 이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일을 하는 방법은 취업이나 창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사람은 일을 통해 성취란 무엇인지 인지한다. 본인의 무한한 능력과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곤 한다. 그래서 ‘일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암울하다. 지방대학 졸업장은 ‘실업자 확인서(?)’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아버지와 아들이 취업고시(就業考試)경쟁 대상이 된다고 하니 기가 찬다.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의 실천이 필요한 퇴직 예정자 및 퇴직자는 성공창업 준비 또는 2번째 첫 출근(재취업)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만 한다. 평생직장은 없지만 평생직업(平生職業)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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