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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속의 의리와 배신
 
신영조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6/02/28 [17:08]
▲신영조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총선을 앞둔 여야는 현역의원 교체를 두고 내부 잡음이 그치질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현역 의원 실명이 담긴 '40명 살생부' 괴담과 함께 물갈이론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고, 더민주는 김종인 대표의 2차 현역교체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리고 지난 선거 낙선·낙천자의 정계복귀를 노리는 행보 속에 대한민국 상당수 지역구에서는 현직과의 재대결 등 흥미 있는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지역정가의 관심 역시 집중되고 있다.

역사 속에 나타나는 '의리'는 긍정적이었다. 중국 역사소설 삼국지에서 도원의 결의로 의형제를 맺은 뒤 평생 배신하지 않은 유비·관우·장비는 '의리의 상징'으로 통한다. 반면, 적토마를 선물 받은 대가로 자신의 양아버지인 정원을 죽인 뒤 동탁에게 투항한 여포는 '배신의 아이콘'이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글라스와 가죽점퍼 차림에 주먹을 불끈 쥐고 우스꽝스럽게 '의리'를 외치는 배우 김보성에게 대중이 열광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배신에 지치고 의리에 목말라 있다는 방증인지도 모른다. 약삭빠른 정치권이 그런 대중의 갈증을 놓칠 리 없다.

새누리당의 지난 7·14 전당대회에 출마한 서청원·김무성 의원은 서로 자기가 '의리의 대명사'라며 자화자찬에 나섰다. 앞서 6·4 지방선거 때 여권은 “박근혜 대통령을 뽑아준 의리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해 달라”며 국민들에게 읍소했다. 하지만 정치판은 '의리 없는 전쟁'이 대다수다. 정치판은 생물(生物)이요, 공천은 요물(妖物)이란 조어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정치인이 말하는 의리는 그 속살이 다르다. 정치인의 의리에는 과거에 눈감게 하려는 책략이 숨어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지지하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렇게 하면 검증은 의리라는 명분 하나에 묻혀버리고 만다. 비리를 저질러 구악(舊惡) 이미지가 덧씌워진 정치인이 강조하는 의리는 '배신자'라는 낙인으로 한쪽 길을 막은 뒤 자기 쪽으로 표를 던지도록 종용하는 술수일 뿐이다.

흔히들 남자가 추구하는 제1은 돈이요, 제2는 명예, 마지막은 권력이라고들 한다. 마지막 권력인 '갑질 4년짜리 국회의원' 자리를 쟁취하려고 가식적인 눈물을 흘리면서 올인 한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출마의 변을 토하고 선수도 치며, 필살기로 조작 또는 가공된 여론조사를 언론에 노출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선거를 하려면 3대 스펙인 돈과 조직, 그리고 인물이 되어야 하는데 졸부들의 경우엔 인물과 그릇은 안 되면서도 돈으로 조직을 만들고, 당선이 되기를 갈구한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출마예상자들은 자신의 깜냥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깜냥'은 스스로 일을 헤아림. 또는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당선되더라도 날지 못하는 새가 될 수도 있다. “건달은 ‘폼생폼사’요, 선거엔 2등은 필요 없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사실 현실 정치의 본질에는 배신이 깔려 있다. 정치적 야망을 향한 길 위에서 경쟁자들을 넘어뜨려야 살아남는 게임이다. 영원한 아군도, 적군도 없는 곳이 바로 정치판이다. 그런 곳에서 권력을 지향하는 정치인들이 의리를 말하고 있다. 과연 순수한 의미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조직 폭력배들이 의리를 강조하는 이유는 배신이 잦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정치판을 조폭 집단에 비교하는 건 너무하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정치인들의 의리도 이들과 맥락이 크게 다르지 않다. 배신이 난무하는 정치판의 한복판에서 외치는 의리를 믿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속의 의리는 긍정의 프레임이었다. 하지만 정치판의 의리는 부정의 프레임이 너무 많아 안타깝다. 역사 속에서 의리가 고결한 가치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말보다 행동으로 의리를 실천했기 때문이다. 진짜 의리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법이다. 정치인들도 말로만 의리를 외치며 유권자들을 현혹하기보다 민생의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준 의리의 한 표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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