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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기 있는 퇴직한 남편
 
신영조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6/04/03 [15:52]
▲ 신영조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일반인들은 퇴직과 은퇴를 잘 구분하지 못하고 혼용한다. 퇴직(退職)은 생애에 가장 오래 다닌 ‘주된 일자리(main job)’에서 물러나는 것이며, 은퇴(隱退 retirement)는 퇴직 후 더 이상 돈을 벌지 않으면서 노동시장에서 퇴장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앞둔 한국의 ‘베이비부머(Baby Boomer)’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필자도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에 속한다. 한국전쟁 뒤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급격한 출산 붐을 타고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은 그만큼 더 경쟁적인 삶을 살아야 했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로부터 부양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그리고 효도하는 마지막 세대요 버림받는 첫 세대라는 점에서 ‘낀 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의 경영과 고용관행은 1997년 ‘외환위기’를 시작으로 혁명적 변화를 겪었다. 외환위기 전에는 퇴직이 곧 은퇴(隱退)였지만, 이후에는 정년퇴직과 별도로 명예퇴직, 이른바 명퇴가 추가됐다. 이후 명퇴는 ‘지금 잠시 물러나는’ 금퇴(今退), 또는 ‘위로금을 받고 물러나는’ 금퇴(金退)로 분화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매일 거실에서 빈둥거리는 ‘공포의 거실 男’, 온종일 잠옷 차림에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를 엿듣는 ‘파자마 맨’, 어디를 가나 따라다니는 ‘정년(停年) 미아’, 하루 세끼 밥 차려줘야 하는 ‘삼식(三食)이’가 요즘 넘쳐난다고 한다. 은퇴한 한국 남성들의 초라한 현실을 절묘하게 풍자한 말들이다.

이러다 보니 남편이란 존재는 이래저래 ‘골치 덩어리’ 또는 ‘애물 덩어리’가 됐다. 특히 퇴직하고 돈 벌이 없이 집에만 있으면 영락없는 애물덩어리요 ‘5덩어리’가 되기 십상이다. ‘5덩어리’란 ‘집에 두고 오면 근심 덩어리, 같이 나오면 짐 덩어리, 혼자 내 보내면 걱정덩어리, 마주 앉아 있으면 웬수 덩어리, 아내가 먼저 가면 며느리한테 구박 덩어리’를 말한다.

남편은 ‘아내가 있어야 행복한 노후가 된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아내는 남편보다 돈이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퇴직한 남편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은퇴 남편 증후군’(Retired Husband Syndrome)이다. 1991년 일본에서 처음 이름 붙인 이 증후군은 은퇴 남편을 돌보느라 아내의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져 정신적ㆍ신체적 이상이 나타나는 걸 말한다.

일본에서 부인들을 대상으로 한 어느 설문 조사의 결과가 흥미롭다. 은퇴한 남편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남편은 ‘요리 잘하는 남편’, ‘건강한 남편’, ‘싹싹한 남편’, 그리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남편’도 아닌, 바로 ‘집에 없는 남편’이었다고 한다.

나를 포함한 이들은 우리 현대사에서 많은 공헌을 했다. 더러는 좋지 않은 유산도 남겨놓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해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들에게 물어보면 “아직 살아가야 할 날이 많고, 뭐든 할 수 있다는 기운도 넘친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은 이들을 자꾸 밀어내고 있다. 벌써부터 경제적 어려움, 은퇴 공포, 노후 불안, 소속감 상실 등으로 이들은 고통 받기 시작했다.

몇 해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퇴직한 베이비부머들을 위한 생계형 창업 논의가 한창이다. 이들은 노후대책이 부실해 은퇴자 4명 중 3명이 생계형 창업에 뛰어들 정도다. 그런데 창업한 지 3년 만에 절반이 실패하고, 5년이면 3분의 2가 폐업한다니 문제가 심각하다.

이들의 퇴직은 향후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만으로 베이비부머의 할 일이 완전히 끝났다고 허탈해 할 수는 없다. 눈부신 오늘을 이끌어 온 이들이 인생 2막을 스스로 책임지는 것도 중요하다. 바로 최선을 다해 살아온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미래를 열어가는 지혜가 지금 필요하다.

다시 현역으로 살기 위해서는 젊었던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취미가 생업으로 이어지면 금상첨화겠지만 꼭 취미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공부함으로써 평생 직업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는 공부해서 일하고, 퇴직 후 다시 공부해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순환적 인생의 시대’가 열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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