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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조선업의 부상과 일본 조선업의 추격
 
이창형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기사입력  2016/10/16 [19:08]

 

 


지난 2년 동안 누적적자가 4조8천억을 기록한 현대중공업이 수주절벽에 시달리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린다. 올해 현대중공업의 1~9월 중 조선 수주 실적은 17억 달러에 그쳐 연간 목표의 15%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여파로 9월말 현재 수주 잔량은 816만8천CGT로 줄어들어 전년 동기에 비해 25.1%나 감소하였다고 한다. 2003년 이후 13년만의 최저치이다. 수주 잔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향후 일감이 줄어들어 생산 및 매출에 큰 차질을 예고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울산지역의 고용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2014년 말 울산지역 조선업 종사자 수는 43,204명(울산 전체 종사자 수의 8.5% 차지, 이중 사내협력사 소속 27,504명)에 달했으나, 지난해 말 현재 조선업 종사자 수 40,078명으로 지난 1년 동안 3,126명(-7.2%)이나 줄어들었다. 줄어든 노동력의 90%가 하청업체 인력이다.

 

올해 인력 감소는 지난해보다 더 크게 늘어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때 세계 제1의 조선국(造船國)으로 위용을 떨쳤던 일본은 1970년대 들어 경기가 급락하면서 조선업도 불황을 맞았다.

 

호황기 때 무분별한 설비투자로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한데다, 인건비 등 생산비용 상승과 엔화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저하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경기가 나아지면 괜찮아질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어쩔 수 없이 1980년대에 일본정부 주도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

 

당시 일본의 조선업체 수는 61개에서 26개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선박건조능력은 980만CGT에서 460만CGT으로 역시 절반 이하로 감소하였다.

 

그 여파로 도크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듦에 따라 선박 건조물량은 550만CGT에서 110만CGT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조선업 종사자 수도 14만명에서 5만명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니, 그 심각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당시 구조조정 과정에서 밀려난 선박 기술자들이 한국 등 외국으로 유출되면서 일본 선박의 품질경쟁력도 크게 저하되었고, 결국 1990년대 중반에는 한국에 제1의 조선국의 위치를 넘겨주고 말았다. 

 

이때부터 일본의 조선업체들은 기존의 공장설비를 축소하는 대신 고부가가치 특수선박 제조에 집중하였고, 선박 디자인의 규격화를 통해 생산의 효율성을 크게 개선하였다.

 

그리고 LNG 운반선, 메가 컨테이너선, 중대형 탱커 등 특수선박 제조의 원천기술에 대한 R&D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의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선박 제조기술을 확보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아울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발전산업, 제조업 설비산업, 항공우주산업 등 비조선 부문으로 사업의 다각화를 추진하였다.

 

최근 들어 일본의 조선업이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1/4분기 선박수주 물량은 한국 41.0%(1위), 일본 28.9%(2위), 중국 24.0%(3위)로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크게 벌어졌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1~9월까지 수주 실적을 보면 중국 320만CGT(36.9%), 한국 125만CGT(14.4%), 일본 102만CGT(11.8%)로 중국이 세계 제1위로 부상한 가운데, 한국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간신히 지키고 있다.

 

9월말 현재 수주 잔량을 보더라도 중국 3,417만CGT(1위), 한국 2234만CGT(2위), 일본 2,111만CGT(3위)로 중국이 크게 앞서가고 있는 반면에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크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조만간에 일본이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우려된다.  

 

울산의 조선업이 위기에 처하게 된 원인을 살펴보면, 과거 일본의 조선업 위기 때와 매우 흡사해 보인다.

 

인건비 등 생산비용의 상승,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에 대한 원화환율 하락(원화 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저하가 그러하고, 중국의 기술수준 향상이 우리의 품질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조선업의 인건비/영업비용 비율은 25% 수준으로 중국 15%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최근에는  과거 인건비 수준이 높았던 일본보다도 더 높아졌다고 한다. 그리고 해외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조선업으로서는 환율 수준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2009년 이후의 원/엔 환율 하락(원화 강세), 위안화의 지속적인 평가절하는 우리나라 선박의 가격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울산 조선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거 일본의 조선업 구조조정 및 위기극복 대응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여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생산비용 중 인건비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대한 인력과 조직을 슬림화하는 작업을 서둘려야 한다. 현대중공업 인건비/매출액의 비중을 1%p 낮추면 연간 2,400억 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정보통신(IT), 위치제어, 무인항해, 친환경기술 등 지능형 스마트선박 제조기술의 개발을 위해서는 현재 매출액의 0.5~1%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 조선업의 R&D 투자비율을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들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이 시급하다.

 

가격경쟁력에서 중국이나 일본을 감당할 수 없다면 품질경쟁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지 않겠는가?  

< 이창형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 KDI & 울산발전연구원 연구자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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