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형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KDI & 울산발전연구원     © 편집부

 지난 한해는 나라 안은 물론 나라 밖에서도 큰 변화의 물결이 일어남으로써 우리들에게 적지 않은 고통과 시련을 안겨 주었다. 국가안보 측면에서는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으로 인해 남북한 간에 군사적인 긴장이 고조되었고, 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결의하여 시행하였다. 국내 정치적으로는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국론이 심각하게 분열되어 국정이 거의 마비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 와중에 나라 경제는 해양조선업을 비롯한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양산되고, 전반적인 수출 부진으로 인해 경제성장이 2%대 중순까지 떨어지는 등 경기불황은 더욱 심화되었다. 

대외적인 여건도 크게 바뀌었다. 미국에서는 ‘보호무역주의’와 ‘동맹국 상호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와 안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큰 우려를 낳았다. 또한 세계 곳곳에서 어려운 경제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트럼프노믹스(Trumpnomics)’로 대표되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지역에서도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국수주의(國粹主義)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결정을 시발로 유럽 각국에서 유럽연합(EU)을 탈퇴하려는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그 예(例)이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이민정책을 강화하고 불법체류자를 추방하는 강력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유년(丁酉年) 새해에도 대내외적인 여건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새로이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에 대해 강경한 대북정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국과 북한이 심각한 대립국면을 보일 경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트럼프 정부가 선거공약에서 주장한 대로 보호무역을 강화한다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고, 미국이 동맹국 상호주의를 내세워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을 요구해 올 경우 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려야 하는 정부로서는 심각한 걸림돌이 될 것이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판이 진행 중인 대통령 탄핵소추가 어떠한 방향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정국불안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어쩌면 내년 상반기 중에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정치적 시나리오는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잇따른 금리인상 가능성도 경제정책 운용에 커다란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저금리기조를 유지하는 데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만약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국내 외환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하여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게 된다면, 이미 한계점에 도달해 있는 중소기업과 가계부문의 파산으로 금융시장이 큰 혼란을 겪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새해는 정부, 기업, 가계 등 각 경제주체들이 각별한 위기관리체제를 구축하고, 예상되는 모든 시나리오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나가야 한다. 정부는 북한의 대남도발에 대한 방어능력을 강화하고, 나라 경제가 장기복합불황으로 빠지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은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최첨단 기술의 개발을 통해 약화되고 있는 대외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조직과 인력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최대한 몸집을 줄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계부문은 과도한 부채를 줄이고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함으로써 불황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