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국내에 출시된 게임 ‘포켓몬고’를 사용한 국내 누적자 숫자가 7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포켓몬고’는 이미 해외 시장에서 출시 110일 만에 매출 8억 달러를 돌파해 화제를 모았던 게임인데, 한국에서도 역시나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돌풍의 중심에는 ‘어른아이’라는 ‘키덜트(Kid+adult)’가 있다.
포켓몬고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게임업체인 닌텐도가 2016년 7월 출시한 스마트폰 게임으로, 인기 만화영화였던 ‘포켓 몬스터’의 캐릭터와 증강현실(AR)을 접목한 게임이다. 구글맵 지도를 활용하여 스마트폰 앱을 실행하면 카메라가 풍경을 인식하고, 그 위에 포켓몬이 등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런 열기가 지속적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700만이라는 숫자는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번 일로 캐릭터가 얼마나 위력적인 존재인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포켓몬고’ 정도의 기술력은 우리에게도 있지만, 그 기술에 얹을 캐릭터가 없었다.
캐릭터의 중요성은 최근 들어 더욱 커지고 있다. 과거엔 주로 아동 시장에서 그 존재감이 나타났었지만 요즘엔 성인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키덜트’ 시장이 커지기 때문이다.
‘어른아이’란 말이 있다. 이 단어는 사회적으로 독립심이 부족하고 결단력이 없는 나약한 어른을 뜻하기도 하지만, 한편 재미있게 스스로가 즐기려는 성인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어른아이’들을 ‘키덜트(kidult)’라고 하는데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다.
키덜트는 현대 성인들이 추구하는 재미(Fun), 유치함(childish), 판타지 등의 가치가 대중문화의 하나로 나타난 컨셉이다. 18세기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이 세상은 타락했다’고 규정하면서 우리가 돌아가야 할 낙원 같은 세계로 ‘순진무구함(innocence)’을 주창했다. 여기서 ‘순진무구함’은 어린아이와 동의어였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는 ‘아이’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순수함, 천진스러움 등으로 ‘어른’의 반의어 쯤 된다.
키덜트는 현대 성인들의 각박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감성적이고 즐거운 삶을 영위하고자하는 심리 상태를 기반으로 한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옛 어린 시절의 환상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사회현상이다.
키덜트의 특징은 무엇보다 진지하고 무거운 것 대신 유치할 정도로 천진난만하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키덜트가 집착하는 제품은 탱크, 장갑차, 항공모함, 전투기 등 실물을 축소한 프라모델과 애니메이션 캐릭터, 인형 등 종류도 다양하다. 키덜트가 어린아이들과 다른 점은 색도 입히고 부품도 직접 만들어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공장에서 물건 뽑아내는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그 물건에 담을 무형의 가치를 만드는 능력은 심각하게 결여돼 있다. 바로 이런 여론에 힘입어 박근혜 정부도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국가의 주요시책으로 제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것은 구호로만 그치고 말았다.
차기 정부는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결실을 맺어야 한다. 여기엔 캐릭터 산업도 포함된다. 일본처럼 국가지도자가 자랑할 만한 캐릭터들을 육성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만들기는커녕 기존의 자원도 방치해왔다. ‘둘리’나 ‘머털도사’ 같은 캐릭터들은 얼마든지 더욱 사랑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들인데 발전시키지 못했다. 그 외에도 찾아보면 아깝게 사장된 캐릭터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예산을 잡으면 결국 ‘눈먼 돈’이 돼 어디론가 사라진다고 업계가 하소연한다. 미래 지향적인 강소기업에 제대로 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