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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Fake News)와 진실
 
신영조 논설위원ㆍ시사경제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02/14 [15:24]

 

▲ 신영조 논설위원ㆍ시사경제 칼럼니스트    

지난해 6월 29일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게시판에 올랐던 ‘[속보] 이건희 전 삼성 회장, 29일 오전에 사망’이라는 가짜 뉴스(fake news)는 실제로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다. 이 가짜 뉴스는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오후 3시 엠바고를 걸고 삼성이 곧 발표한다’는 내용까지 있어 언론도 분주히 확인에 나섰다. 이날 삼성그룹 주식 16개 종목은 장중 시가총액이 309조 296억원까지 급등했다. 시총 최저치가 297조 1천691억원이었으니 가짜 뉴스 하나에 12조원이 출렁인 것이다.


“여성 대통령의 끝을 보려면 한국의 여성 대통령을 보라” 이 말은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를 공격하기 위해 했다지만 진실은 ‘가짜 뉴스’다. 공공의 적이 돼버린 가짜 뉴스일수록 더 흥미롭고 파급력이 크다. 퍼질수록 진실이 되는 게 가짜 뉴스다. 이 전략은 美대선판을 흔들어 트럼프 당선에 한몫했다.
‘속보, 유엔(UN)본부 반기문 출마 제동 움직임’. 새해 벽두부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을 일으킨 이 기사는 지난해 12월 27일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처음 노출됐다. 하지만 구테흐스 총장은 이런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다. 가짜 뉴스다. 미 대선을 뒤흔든 가짜 뉴스가 대선정국을 바라보는 국내에서도 벌써 정치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맷집이 약한’ 반 전 총장은 현재 정치판에서 가짜 뉴스의 가장 큰 희생자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오보라기엔 황당한 일부 온라인 매체들의 뉴스는 심각한 수준이다. 클릭 수가 곧 수익이 되는 언론시장에서 ‘낚시 기사’와 가짜 기사의 구분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누군가에게서 들었다”는 핑계조차 없는 날조 뉴스도 많다. ‘주목받고 싶어서’ ‘진짜일 줄 믿고서’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어서’ 등 가짜 뉴스를 만든 동기는, 그 정치·경제적 파장에 비하면 단순하기 짝이 없다. 대체로 순진한 동기에서 만들어진 가짜 뉴스는 그러나 진짜로 믿고 싶은 이들에게 널리 퍼지고, 확산될수록 진짜 뉴스로서의 힘을 얻는다.
조기 대선에 물든 광장은 ‘태극기집회’나 ‘촛불집회’ 현장 모두에서 탄핵 국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한·미 동맹, 사드 배치, 개성공단 폐쇄 등의 이슈가 주요 테마로 충돌 중이다. 일부가 만든 허구와 그에 기반(基盤)한 논리에 집회에 나간 이들이 동조하는 모양새다. 물론 ‘가짜 뉴스’도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는데 한몫한다.


탄핵과 대통령 선거가 맞물리면서 극단화되는 ‘진영 논리’도 이런 경향을 부추긴다. 이를 전문가들은 ‘신념공격 스트레스’로 풀이한다. 믿음이 무너지는 것은 전 재산을 잃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이고,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는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정보라면 객관적 확인 없이 받아들이고 본다는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친박 보수세력의 결집이 심상치 않다. ‘탄기국(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은 국회의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해 12월 9일 이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해 갈수록 세를 불리고 있다. 광장의 시계가 ‘대선’을 향하고 있음을 보이는 징후들이다.


과거 대선 투표일 새벽 거리에는 충격적 내용을 폭로하는 전단지들이 뿌려지곤 했다. 지난 대선은 국가정보원의 댓글 개입으로 얼룩졌다. 이번 대선의 또 다른 적은 분명 가짜 뉴스가 될 터다. 급박하게 몰아닥친 대선 정국과 IT강국의 토양에서 우후죽순처럼 자라난 가짜 뉴스들을 과연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24시간 쏟아지는 뉴스 홍수의 시대,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구분할 수 있는 미디어 문해력은 민주 시민이 갖춰야 할 중요한 책무가 됐다.
소수의 선동을 문제 삼아 집회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 된다. 일부 선동적 발언을 하는 사람들을 강하게 비판해야겠지만 참가자들을 100% 무시하는 건 현명하지 않다. 음모론에 근거한 ‘희망적’ 사고는 오래갈 수 없다. 진실에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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