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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
 
신영조 논설위원ㆍ시사경제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02/20 [13:52]
▲ 신영조 논설위원ㆍ시사경제 칼럼니스트    

 지난 12일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지 이틀 만에 또다시 '북풍'(北風)이 불었다. 가뜩이나 정국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불어 닥친 것이어서 내심 걱정이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은 일부러 김정은 체제 비판자와 반대자, 고위 탈북 인사들에 대한 '어나운스먼트(경고) 효과'를 노린 것 아닌가 싶다.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집권 이후 '스탠딩 오더'(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주문)였다. 물리적 접촉 시간은 약 2.33초 정도로 계산됐다지만 상황 전개에 따라 안보이슈가 조기 대선판에 크게 영향을 끼칠 쟁점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탄핵 정국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현실을 감안하면 북한발(發) 안보이슈 역시 단기 쟁점으로 소멸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또 김정남이 이미 오래전부터 김정은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려 국외를 전전하는 초라한 신세였고, 잇단 '피의 숙청'으로 김정남이 북한 내부와의 연결선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그의 피살이 우리 정국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역대 대선에서 '안보'는 거의 상수(常數)나 다름없었다. 남북 분단이라는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각 주자의 안보관(觀)과 북한에 대한 태도는 대통령감으로서의 주요 평가지표였다. 지지율이 그에 따라 크게 요동쳤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시작된 사실상의 조기 대선국면은 별다른 '대형이슈' 없이 진행돼 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명명된 사건으로 일종의 '블랙홀' 정국을 하고 그 여파가 지속하는 흐름 속에서 다른 쟁점이 부각되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이번 사태가 대선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야권 후보, 특히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차기 대권을 거머쥘 공산이 커지고 있는 현 대선판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이다. 일단 이번 사태가 안보이슈로 점화돼 장기화한다면 사실상 중량감 있는 대선후보가 없는 범여권이 반전을 시도하는 데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여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계열의 범여권 정당들이 김정은의 공포정치에 방점(傍點)을 두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강력히 대처하라고 주문하는 등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띄우고 있는 것은 이런 판단에서다. 특히 범여권 주자들은 이 같은 안보국면을 고리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조속 배치를 촉구하면서 정국의 초점을 전환하려고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보이슈가 전통적으로 보수진영에 유리한 소재이기는 하지만 역대 대선에서 봤을 때 반드시 야권에 불리하지는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군은 두자리수로 대선주자들로 축구팀 하나를 꾸릴 수 있을 정도다. 스펙 또한 화려하다. 왕년에는 한가락씩 하던 용장들이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의혹 사건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사태, 새누리당 분당을 겪으면서 당이 치명타를 맞아 결정적으로 지지율이 낮다. 아니 지지율이 '없다' 또는 '모른다'는 말이 정확할지 모르겠다.


황교안 대행을 제외하면 나머지 후보들은 여론조사 기관들이 지지율 조사 대상에 포함조차 시키지 않고 있다. 그래서 당내에선 왕년에는 '올스타'였지만 지금은 '조기축구회원'라는 자조도 나온다. 어제 <리얼미터>에서 발표한 조사에서 문재인 32.5%, 안희정 20.4%에 이어 황대행은 지지율 14.8%로 3위에 올랐다. 여권 후보 가운데 평균 두 자릿수 지지율을 받는 유일한 후보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격언은 수많은 세월을 버텨내며 그 가치를 입증해 나가고 있다. 칼은 살상무기이기도 하지만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이 도구를 사용해 성공가도를 달리던 사람이 바뀐 상황에서도 계속 같은 도구만을 고집한다면, 그는 자신을 성공시켰던 그 도구 때문에 망하는 것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이 격언이 무력을 사용하는 잔인한 사람들에 대한 인과응보(因果應報) 사상 이상의 것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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