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조 칼럼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이혼인 듯 이혼 아닌 ‘졸혼(卒婚)’
 
신영조 논설위원ㆍ시사경제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03/12 [16:58]
▲ 신영조 논설위원ㆍ시사경제 칼럼니스트     © 편집부

 이십여 년 전, 일본에서 은퇴한 남편을 ‘젖은 낙엽’이라고 부르고 ‘황혼이혼’이 늘어난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을 때 필자를 포함한 우리나라 남성들은 그것을 남의 일로 여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성들은 여성들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황혼 이혼율이 신혼 이혼율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현실은 은퇴남편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이전엔 사회나 개인 모두 이혼을 터부시했다. 또 누구나 늙으면 자식의 부양을 받고 손주들 자라는 재미를 보면서 죽음을 맞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장수시대가 전개되면서 황혼 이혼이 가능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런 관심이 호기심으로 발동돼 최근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졸혼시대(卒婚時代)’이다.


최근 일본에서 졸혼이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 나이 든 부부가 이혼하지 않으면서도 각자 자신의 삶을 즐기며 자유롭게 사는 방식을 말하는데 스기야마 유미코라는 일본 작가가 2004년에 쓴 <졸혼을 권함>이라는 책에서 시작된 말이다.


‘졸혼(卒婚, 소쓰콘)’은 ‘결혼을 졸업한다’라는 뜻으로 이혼(離婚)과는 다른 개념이다. 그렇다고 별거(別居)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졸혼’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혼인관계는 유지하지만,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념이다.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새로운 풍속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낯설고 부정적인 선입견이 앞서는 것 같다.


이혼인 듯 이혼 아닌, 이혼같은 결혼생활을 의미하는 ‘졸혼’은 한집에서 살든 따로 집을 얻어서 살든 서로의 생활에 간섭하지 않되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만나는 관계다. 저자는 졸혼은 틀에 박힌 결혼을 졸업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는 뜻이라고 하였다.


배우자와 더불어 가장 나답게 사는 법은 존중과 배려, 타협이라는 것을 ‘졸혼시대’에서 느낄 줄은 몰랐다. ‘졸혼’이란 마치 부부, 가족의 해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일 수 있지만, 오히려 부부간의 자존감이 존중되고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지속 가능한 결혼생활을 누릴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무엇이든 이해해주는 사이좋은 부부라는 다소 허황된 이상에 구속되지 않고, 서로의 개성과 본질을 꿰뚫어보고 이해함으로써 비로소 서로를 인정한 자유로움이 그들의 안정적인 졸혼 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대부분의 부부는 흔히들 이야기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에 무리하게 우리 스스로를 끼워 맞추고, 각자의 영역에 상대를 끌어들임으로써 어색함과 부자연스러움을 깨닫는다. 그런 충돌이 반복되다가 우리는 최대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협력하되 각자의 본분을 지키는 삶을 지켜가는 것이 현명함을 발견하게 된다.


졸혼은 고정적인 부부 관계나 역할을 탈피한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한다. 배우자와 더불어 가장 나답게 살기 위해서, 일상에서 내 삶의 비중을 늘리기 위한 새로운 결혼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이 선택이듯 졸혼도 선택이니, 갈등이 깊은 노년의 부부라면 졸혼은 이혼이나 별거가 아닌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음이다.


이혼은 아니지만 각자의 삶을 산다는 졸혼. 미래에는 기한을 정해놓고 결혼하고 그 기한을 다 채우면 졸업장처럼 ‘졸혼장’을 서로에게 주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 세대는 결혼 정년제나 졸혼에 대해서 이렇게 엉거주춤한 자세로 결혼생활을 마무리 하겠지만 다음 세대는 과연 어떨까? 결혼의 미래가 새삼 궁금해진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7/03/12 [16:58]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