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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섬긴 이방인(異邦人)
 
신영조 논설위원ㆍ시사경제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03/20 [13:56]
▲ 신영조 논설위원ㆍ시사경제 칼럼니스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진행된 탄핵정국은 박 前 대통령에게 '이별'이란 졸업장을 선사했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부류의 충신과 간신, 그리고 배신자, 변절자를 목격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기들의 살길만을 찾았다. 다름과 틀림을 떠나서 같은 듯 다른 인간성을 확인한 것이다.


가난과 전염병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에 시달리던 지난 1912년,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 푸른 눈의 간호사가 찾아왔다. 독일에서 태어난 그녀는 미국으로 건너가 간호학 공부를 마쳤고, 안락한 삶을 뒤로한 채 32살 처녀의 몸으로  조선에 오게 되었다.


조선에 도착한 그녀는 조랑말을 타고 자주 전국을 순회하며  한센병 환자를 포함해 온갖 질병에 걸린 사람들을 돌보고 다녔으며 자신의 이름을 갖지 못하고 '큰 년', '작은 년', '지리산 댁' 등으로  불리던 수백 명의 여성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렇게 순회할 때마다 온몸에 들러붙은 이를 잡느라 밤을 지새우는 것이 그녀의 일상적인 삶이 되었다.


당시 조선의 보건의료시설은 매우 열악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조선을 섬긴 푸른 눈의 그녀는 광주 제중병원을 중심으로 아픈 사람들을 돌보고 가난한 여인들의 교육에 힘썼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의 수양딸 13명과 나환자 아들 1명 등 14명의 아이를 입양해 기르기도 했다.


한센인을 돌보고 고아들을 자식 삼아 살던 그녀는  정작 자신은 끼니를 제때 챙겨 먹지 못할 정도로 궁핍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돕기 위해 자신의 생활비마저 쪼개어 썼던 것이다. 그렇게 22년의 세월을 조선에 헌신했다. 평생을 누렇게 바랜 옥양목 저고리에 검정 고무신을 신고 보리밥에 된장국을 먹었던 소박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거 또한 사치로 생각했던 그녀는 먹을 것을 줄여가며 모으고 모아 가난하고 아픈 사람을 위해 사용했다.


그녀는 항상 이같이 말했다. "내일 나 먹기 위해 오늘 굶는 사람을 그대로 못 본 척 할 수 없으며 옷장에 옷을 넣어놓고서 당장 추위에 떠는 사람을 모른 척 할 수 없습니다."


결국에 그녀는 영양실조로 54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으며, 자신의 장기마저도 의학 연구용으로 기증했다. 그녀가 남긴 것은 걸인에게 나눠주고 남은 동전 7전, 강냉이가루 2홉, 그리고 반쪽짜리 담요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가 죽자 천여 명에 달하는 장례 행렬이 이어졌다. 그리고 애통해하는 사람들은 '어머니'라 부르며 함께 했다. 푸른 눈을 가졌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어머니로 살다간 그녀는 서서평(엘리자베스 쉐핑) 선교사이다.


평생을 가난한 자, 병든 자를 위해 헌신한 봉사와 사랑, 그리고 섬김의 그녀의 삶은 너무도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오늘도 세상 곳곳에 전하고 있다. 그가 주는 교훈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간신, 배신자 및 변절자가 넘쳐나는 이 풍조(風潮)에 조선을 섬긴 이방인을 보고 일반 대중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이 길은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를' 뿐이다.


우리는 종종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와 다르다고 외면하거나 비판으로 '틀림'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먼저 상대에 대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이다. 우리에게도 치욕스런 태극기와 촛불의 혼란이 있었고 아직도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갇혀있다. 그러기에 두 동강난 대한민국의 복원을 위해서라도 서로를 비판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으로 봐주었으면 한다.


이제라도 내 생각과 다르다고 '틀렸다'고 하지 말자. 때론 생각지도 못한 지혜를 나와 다른 상대에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나와 같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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