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 여부가 결정되는 오는 29일 현대모비스 주주총회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찬성 위임장` 확보를 위해 공격적 활동에 나서고 있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지배구조개편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히며 다른 주주들에게도 `반대`를 권고함에 따라 29일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 지분 1% 가량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외국계 투자자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큰 만큼 방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48% 수준으로 현대차그룹은 외국인주주들이나 소액주주들이 엘리엇에 휩쓸릴 가능성을 염려하며 주가동향과 의결권 자문사 등의 입장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 등의 입장 발표 등에 주목하고 있다"며 "의결권 자문사들의 결정이 주요 주주들의 찬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29일 열리는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참석자의 과반 이상이 분할ㆍ합병안에 찬성할 경우 가결, 순항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모비스 지분은 1분기 말 기준 30.17%(기아차 16.88%, 정몽구 회장 6.96%, 현대제철 5.66%, 현대글로비스 0.67%)로, 19.83%의 찬성표를 더 확보하면 지배구조 개편은 순항할 수 있다.

특수관계인 외에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투자자는 국민연금공단(9.82%)으로, 국민연금공단이 지배구조 개편에 찬성하면 현대차그룹은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게 된다. 남은 60.1% 중 55.98%는 1% 미만의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들로, 국내 기관과 소액주주는 12% 가량, 외국계 투자사 등 외국인이 48% 가량을 각각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만큼 48%는 대부분 외국계 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SS의 권고가 최근 주요 주총에서 외국인 주주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안건의 경우 ISS의 권고가 사실상 주총의 결론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3월 22일 KEB하나금융지주 주총에서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던 김정태 회장의 연임이 무려 84.6%의 지지로 통과된 것 역시 74.19%에 달하는 외국계 투자자들이 ISS의 찬성권고에 따라 표를 행사했기 때문이었다.1985년 설립된 ISS는 뉴욕, 캐나다, 영국, 일본, 싱가포르 등 세계 13개국에 18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115개국에서 2만개 이상 기업의 책임투자(RI)를 연구, 4만2천여건의 주총 안건에 대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권고한다. ISS의 자문을 받는 회원사는 전 세계 1900여곳에 이른다.

엘리엇이 소액주주들에게 반대표 행사를 권하며 `반대 위임장`을 확보하고 있는 것에 맞서 해외 기업설명회(IR)에도 열심이다.현대차그룹은 최근 집중적으로 해외 기업설명회(IR) 등을 펼치며 현대모비스의 분할ㆍ합병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해외설명회 계기에 지분을 다수 확보한 해외 기관들도 직접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에서 해외 IR을 2회 실시하고, 주요 외국인 투자자들을 접촉, 찬성 위임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주요주주인 싱가포르투자청을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로 초청, 지배구조개편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모비스 주식을 갖고 있는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들과 간담회도 실시했다.
 서울 김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