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이 임원 감축 경영을 통해 긴축경영에 나섰다. 실제 재계 10대 그룹 대부분이 임원 감축을 단행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연말 임원 인사를 단행한 SK, LG ,롯데 등 8개 그룹(삼성그룹, 현대차그룹 제외)의 경우, 한화그룹 1곳을 제외하고는 일제히 임원 승진자 수가 줄었다.
특히 롯데그룹의 경우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는 284명이 임원으로 승진했지만, 올해 승진자는 이보다 40.1% 감소한 170명에 그쳤다.

롯데는 올 한해 유통과 화학 등 대부분의 계열사가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이에 더해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등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실적부담이 가중하면서, 그룹 쇄신을 위한 조직 슬림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은 지난해 151명이던 임원 승진자 수가 올해는 117명으로 감소했다. LG그룹은 지난해 185명의 임원 승진자 수가 올해는 165명에 그쳤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34명의 임원을 승진시켰으나 올해는 16명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GS그룹의 경우 지난해 24명에서 올해 21명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94명에서 74명으로 임원 승진자가 줄었다. 재계 10위권 그룹 중 임원 승진자가 늘어난 곳은 한화그룹 한 곳에 그친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10명에서 올해 118명으로 임원 승진자가 늘었다.
재계서열 10위권 밖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세계그룹의 임원 승진자는 지난해 61명에서 올해 48명으로 줄었다.

한진그룹은 연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 임원 수를 기존 108명에서 79명으로 20%이상 감축했다.
한진그룹의 주력인 항공업은 최근 미중 무역환쟁, 일본의 수출규제 및 환율 변동, 유류비 증가 등으로 파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1천1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3분기에는 흑자전환했지만 영업이익 규모는 1년 전보다 70%나 감소했다.
두산중공업은 연말 정기 인사에서 전체 임원 65명 중 13명에게 퇴사를 통보하는 등 임원 20%를 감원했다. 이번 임원 감축으로 두산중공업 임원은 2016년 124명에서 3년 만에 52명으로 줄게 됐다.

두산중공업도 글로벌 발전시장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3분기 누적 영업이익(별도 기준)은 938억원으로 1년 전보다 30.4% 감소했다.
2017년부터 이익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삼성그룹의 연말 정기 임원 인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 농단 파기환송심 장기화 등으로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 인사는 그룹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감안하면 `안정`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실적 부진에 따른 임원 감축 등 대대적 조직 개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이처럼 올해 임원 승진자 수를 일제히 줄이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은 업황 부진과 경기 침체 등으로 기업 경영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체감경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악화했다는 평가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올해 연평균 전망치는 90.8로 2008년 금융위기(88.7)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 악화 전망 기업이 호전 전망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더해 내년 경기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는 관측에 주요 기업들의 임원 감원을 포함한 구조조정 움직임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서울 김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