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신종코로나(코로나19)확산 여파로 경제 위기 조짐이 보이자 노조에 지난해 마무리 짓지 못한 임단협을 조속히 타결하기 위해 성과금 선지급을 제안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이에 대해 "노조의 제안이 반영되지 않은 사측의 일방적 지급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나타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3일 사내 소식지 `인사저널`을 통해 "전날 교섭에서 노조가 동의할 경우 지난해 성과금(약정임금 193%)을 우선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현중 노사는 지난해 5월 임단협 상견례 이후 50여차례 실무교섭과 본교섭을 실시했지만 해고자 복직과 노사 간 손해배상 소송 취소 등의 안건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측은 소식지에서 "코로나19과 임금협상 장기화로 가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다수 조합원들의 사정을 감안해 임금과 현안을 분리해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자고 노조에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측은 여전히 해고자 복직 현안 문제를 내걸고 사측의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때보다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다소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조선 시황은 그야말로 비상"이라며 "2월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57%나 감소하는 등 전 세계 영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내년도 물량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유가로는 오일메이저의 발주 자체가 가망이 없어 해양플랜트는 당분간 수주가 불확실해질 전망"이라며 "생존을 위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측은 "코로나19 위기가 경제난으로 번지고 있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연초 수립한 올해 수주 등 사업 목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경상비 등 강도 높은 원가 절감과 함께 투자 또한 기대 효과와 필요를 철저히 따져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은 "지금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회사의 자금 흐름이 급격하게 나빠져 추가 제시는 커녕 기존 제시안 유지도 장담할 수 없다"며 "지급 여력 한도 내에서 최대치를 제시한 안임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측은 폭력 해고자 복직 문제에 대해서도 타협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사측은 "협상이 지연되고 있지만 동료 조합원을 폭행하거나 호스 절단 등 법을 위반하고 안전을 위협한 행위를 타결과 맞바꿀수는 없다"며 "`폭력과 불법 행위가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원칙만큼은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가 강경노선만 고집하면서 내부 갈등 양상도 생기고 있다. 해고자 문제는 따로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노조 게시판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합원들을 고려해 성과금이라도 먼저 받게 해달라"며 "현안은 임금협상부터 끝내고 해결해도 되지 않느냐"고 집행부를 성토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홍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