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서운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 울산광역매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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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0년대 인기리에 방영된 `완장`이란 TV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우연한 기회에 완장을 얻게 된 후 권력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다. 그 권력이란 것이 고작 유료낚시터의 저수지 감시원에 불과하지만 팔뚝에 찬 완장을 앞세워 동네 분들이나 심지어 노인에게까지 안하무인의 행패를 그리는 주인공을 풍자해학극으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 `임종술`은 동네건달로 살다가 `감시원`이라 새겨진 노란 완장을 차면서, 서푼어치도 안 되는 권력을 휘두른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이런 노란 완장을 찬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완장은 책임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나 보이게 하여 잘못된 행동을 방지하는 예방하는 효과를 위해 쓰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완장과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 상의 윗단에 다는 `뱃지`다. 대통령이 태극기 뱃지를 달고 외교적 접견을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국회의원도 의원뱃지를 달고 국민의 대표임을 스스로 나타낸다. 이는 과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다짐을 표현하려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회의원은 이를 망각하고 마치 신분 과시용으로 쓰고 있지 않나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몇몇 국회의원들의 상의에는 세월호를 기리는 노란 뱃지가 아직도 붙어있음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지울 수 없다. 세월호의 아픔은 이제 모든 국민의 마음에 슬픔으로 각인되어 있다. 이것을 꺼내 들어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영혼을 기린다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을 욕되게 하는 것이리라. 때로 진정한 아픔은 소리 내어 흐느끼는 것이 아니라 참고 인내하며 마음속으로 오열하는 것이다. 그리고 삶의 현장에서 망자의 명예를 위하여 참된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여당 국회의원의 상의에는 세월호 뱃지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이것은 추모라기보다는 마치 북한 장성급 군인들이 훈장을 가슴 전부와 그것도 모자라 바지에까지 달고 다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실제 무공을 세워 받은 것이 아니라 `당과 수령`에의 맹목적 충성심으로 받은 것들이니 `뱃지 주렁주렁 국회의원`은 도대체 어디에 충성해서 아직도 달고 다니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본인 말로는 세월호 정신이니, 추모의 마음이니 하겠지만, `추모의 염`은 이제는 그렇게 저급하게 드러내지 말고 마음으로 추모하기 바란다. 그 위원이 이 나라의 안전시스템을 위해 전심으로 의정활동을 한다면 모를까, 정권의 전면에서 방탄대 역할만 할 바에는 제발 세월호 뱃지를 떼고 했으면 좋겠다. 드라마의 노란 `감시원` 완장을 찬 것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그것은 오히려 세월호 희생 학생들을 능멸하는 것임을 천명한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세월호 뱃지가 추모의 대상이 아니라 `지긋지긋함`으로 국민들 마음속에 자리한다는 것을 왜 모를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플렉스`(flex)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1990년대 미국 힙합 문화에서 래퍼들이 부나 귀중품을 뽐내는 모습에서 유래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과시하다, 뽐내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주로 비싼 것들, 자동차, 명품가방이나 시계 등을 사서 부러움을 받는 것을 말하는 데, 정치인들도 `플렉스질`에 맛을 들이는 것 같아 걱정이 많다. 대표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K방역 플렉스질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이 `K방역 성공`을 자화자찬하던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 백신 확보에는 실패해 국민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잇달아 보도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방역에 성공한 정부의 백신 확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환상으로 말미암아 지금 국민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정부는 `K 방역`이라는 자화자찬식 이름까지 붙였고, 지난해 12월엔 `한국은 개발된 백신이 효과적이고 안전한지 지켜볼 수 있는 사치를 부릴 수 있다`고 까지 플렉스를 연발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대통령의 과도한 플렉스 때문에, 백신 확보를 신속히 진행하지 않아 지금에 와서 국민과 소상공인들의 삶이 허물어지고 훼손되고 있지 않은가? 드라마 속 주인공 임종술의 `완장`과 어떤 국회의원의 옷에 주렁주렁 달린 `노란 세월호 뱃지` 그리고 대통령의 어설픈 `백신 플렉스`가 참으로 기괴하게 어울리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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