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 울산광역매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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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첨단과학기술의 시대라 하며 그로인한 생활의 편리함을 향유하고 있지만, 우리 주위의 모든 영역이 디지털화 되면서 우리의 사고도 더욱 단선화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인공지능까지 일반화되면서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의 출현이 멀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직감하고 있기도 하다. 가히 `로보사피엔스`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제까지 `인간`을 중심으로 짜 맞춰진 모든 문화나 가치관 학문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모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학문의 시작은 인문학으로 부터였다. 인문학은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영역으로 언어, 문학, 역사, 법률, 철학 등이 포함되고 예술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인문학은 우리가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간의 모든 영역이 포함된 인간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울산이 특정 공업지구로 지정된 지 벌써 60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선도적으로 이끌고, 경제개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 온 울산의 노고를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여기서 노고라 함은 공업화의 부산물인 공해나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정서와 환경의 황폐화를 이름이다. 그 결과로 울산은 인간이 배제된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공해도시의 표본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물론 고임금과 일자리효과로 보상을 받기는 하였지만, 이제는 울산의 좌표를 새로 세울 시점이 되었다. 그건 바로 `도시의 인문화`이다. 울산광역시가 중점적으로 시행해 온 `관광울산`을 넘어 이제는 `문화도시, 울산`을 만들어가야 한다. 요즘은 인문학이 대세이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과학과 공학을 전공한 사람일수록 인문학의 중요성을 더 많이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공업도시인 울산에 가장 필요한 아젠다는 인문학이란 문화를 덧입히는 것이다.
올 해 개관한 울산시립미술관은 울산의 문화수준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동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원도심 일대는 울산 동헌이나 향교와 더불어 이런저런 예스러운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오래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울산초등학교 운동장에 빨강, 파랑 등의 페인트로 칠해진 돌 의자들이 놓여 있었는데, 이것들이 울산읍성의 기초석 이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던 일이 있었다. 문화재에 대한 무관심 아니 무지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병영1동 동사무소에 거의 버려진 채 세워져 있는 조선시대 많은 비석들이며, 살펴보면 문화도시 울산을 나타낼 우리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조선시대 울산도호부의 객사인 학성관의 남문루였던 `이휴정`을 울산사람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울산은 신석기문화 및 청동기시대의 유물이 발견되었고, 개수는 적지만 고인돌도 위용을 발하고 있다. 중산동이나 다운동의 고분군과 더불어 울산읍성이 희미하나마 남아있고, 언양읍성은 나름대로 잘 정비되어 있으며, 울산왜성은 잘 다듬어져서 임진왜란의 역사를 증거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울산에는 반구대 암각화라는 걸출한 유물 외에도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유물이나 유적지가 상당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울산문화예술회관과 박물관, 과학관, 그리고 신설된 미술관 등과 더불어 이제는 울산의 역사를 현장성 있게 나타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울산은 절대로 문화와 역사의 볼모지대가 아니다. 단지 시당국과 시민들이 울산의 역사적 가치를 외면했을 뿐이다. 20여 년 전에 울산시 역사교사모임에서 만든 `다같이 돌자, 울산 한바퀴`라는 책을 들고 울산의 문화재를 찾아다니면서 멋스럼에 감탄하며, 그리고 관리소홀로 내팽개쳐 있는 것에 대한 울분을 품으며 돌아다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제는 산업수도에 더하여 인문학이 융성한 문화도시임을 만천하에 알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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