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포막 자성나노입자 작동 관련 그래픽 이미지 (사진=UNIST제공)

적혈구나 백혈구 표면에는 병원체를 붙잡아서 인체를 보호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를 이용해 국내 연구진이 `기능성 자성나노입자`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26일 UNIST(총장 이용훈)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강주헌 교수팀은 자성나노입자 표면을 혈액세포막으로 감싼 `혈액세포막-자성나노입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입자를 체외에서 순환하는 환자의 혈액에 반응시키면 세균 또는 바이러스 등 병원체를 붙잡은 뒤 자석으로 회수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한 `혈액세포막-자성나노입자를 이용한 혈액 정화 기술`을 패혈증이나 중환자실 내 2차 세균 감염환자 치료에 병행하면 치료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중환자실 내 2차 항생제 내성세균 감염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등으로 입원 치료 중인 중환자의 치료와 관리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패혈증과 사이토카인 폭풍 같은 과도한 면역반응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여기에 대응할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 백신 등은 이미 개발됐지만, 슈퍼박테리아 출현이나 항생제 부작용 또 코로나19처럼 새로운 병원체까지 감당하기는 어렵다. 효과적ㆍ범용적 감염증 치료법이 시급한 이유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치료법은 혈액세포막의 특성과 자성나노입자를 이용해 혈액에서 병원체를 제거하므로 `효과적이고 범용적`이다"며 "혈액세포막-자성나노입자가 체외에서 순환하는 환자의 혈액을 돌며 병원체를 포획하면 자석으로 꺼내서 몸 밖으로 내보내므로 누구든 어떤 병원체이든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주헌 교수팀은 "세균에 감염된 쥐에 새로 개발한 혈액 정화 치료를 진행하자 모두 생존에 성공했으며 치료 후 일주일이 지나자 면역 체계가 정상으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제1저자인 박성진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연구원은 "체내에 존재하는 혈액세포를 사용했고, 병원체를 포획한 자성나노입자는 혈액에서 완전히 제거된다"며 "치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면역거부반응 등이 없이 치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염된 실험 쥐에 혈액 정화 치료를 연속적으로 진행하자 세균성 감염에 따라 폐나 신장에 침투했던 병원성 미생물의 농도도 줄어들었다. 

공동 제1저자인 권세용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연구교수는 "연속적으로 혈액 정화 치료를 진행하면 병원성 감염에 의한 장기부전 치료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책임자인 강주헌 교수는 "우리 몸이 선천적으로 가진 면역대응 원리를 모사해 많은 종류의 감염원인 물질을 사전 진단 없이 일괄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항생제 내성균 감염이나 새로운 감염병 유행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감염병 치료 기술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에는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의 이민석, 장봉환, 악셀 E 이구즈만-세딜로 연구원이 참여했다. 연수 수행은 삼성전자미래기술육성센터와 UNIST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연구결과는 와일리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스몰` 9월7일자 온라인판에 공개됐으며, 곧 출판된다.

정종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