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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회> 깜빡깜빡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4/01/16 [16:37]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얼마 전 50대 여성이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닙니다. 무슨 이유인지 고개가 갸웃해집니다. 자기가 사는 원룸 현관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것입니다. 바꾼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합니다.

 

 열쇠 수리공을 부르려면 비용이 들어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옥상에 설치돼 있던 검은색 차광막을 밧줄처럼 둘둘 말아, 옥상 바로 아래층인 자기 집 4층 창문으로 들어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다행히 지나가던 목격자가 발견하여 병원으로 이송했는데, 결국 다음날 숨졌습니다. 열쇠 수리공을 불렀더라면, 하는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풍부한 가창력으로 이름을 떨치는 40대 여자 가수가 기억력이 감퇴했다며 걱정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습니다. 본인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드레스룸에 걸린 옷을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무슨 옷을 입었는지 질문하자, 당황한 모습으로 한참을 생각하다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 옷을 입고 어제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났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한참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겨우 기억해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자신의 모습에 눈물 날뻔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너무 빡빡한 스케줄을 줄이면 나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 전 일입니다. 어머니한테서

 

 “송아, 너 몇 년생이지?”

 

 라고 문자가 왔습니다. 처음에는 장난하시는지 알았습니다. ‘어머니께서 많이 심심하시나 보네!’ 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께 바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정말로 큰딸 나이가 생각나지 않는다며, 몇 살인지 물으셨습니다. 그리고 사위 나이까지 물으셨습니다.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내색하지 않고 대답해드렸습니다. 전화를 끊은 뒤에도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자녀들과 며느리·사위는 물론이고 손주들의 생일과 전화번호까지 모두 외우고 계시던 어머니께서 이렇게 변하시다니!

 

 가슴이 먹먹하면서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바로 밑의 여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어머니하고 통화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동생도 많이 놀라워하며 걱정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며칠 뒤에 어머니 생신이 돌아왔습니다. 가족 모두 식당에 모여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부모님 댁에 들러, 두 분을 약속장소로 모시고 갔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차 안에서 이런저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말씀 중간에 어머니께서 갑자기 말씀을 시작하셨습니다. 한 번이 아니고 여러 번 반복되어, 어머니 손을 잡고 제지했습니다. 

 

 나중에 알았습니다. 아버지께서 차 안에서 하신 말씀을, 어머니께서 전혀 모르고 계셨습니다. 하나도 들리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자세히 여쭤보니 평소에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잘 해왔기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교회에서 퀴즈 대회를 하면 1등을 하시곤 자랑스러워 하셨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설교가 들리지 않아, 퀴즈 대회에 전혀 참여하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잘 듣지 못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으면서 답답한 것은 물론이고, 치매에까지 영향이 미치기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보청기를 맞춰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안 하시겠다고 했습니다. 주위에서 비싸게 보청기를 맞춰놓고 적응을 못하여,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를 어떻게 설득해서 보청기를 해드릴지, 숙제가 생겼습니다. 부모님 연세가 드실수록 신체적 정신적으로 약해지시는데 고집은 약해지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식들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고집이라 마음이 아픕니다. 

 

 출근하려고 집을 나섰는데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급하게 집으로 들어가서 우산을 가져왔습니다. 차에 다가가니 반응이 없습니다. 가방 안을 뒤져보니 차 키가 안 보였습니다. 어제 입은 외투 호주머니에 차 키를 넣었던 생각이 났습니다. 

 

 다시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차 키를 찾아서 우산을 받고 다시 차로 뛰어들어 왔습니다. 겨우 시동을 걸고 출발을 하면서도, 무엇을 또 놓고 온 것은 없는지 불안한 마음입니다. 

 

 덜렁거려서 몸이 힘들긴 하지만, 아직은 기억력이 좋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걸로 위로를 받습니다. 그래도 깜빡깜빡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산만하게 만드는 일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점점 나이 먹을수록 기능이 쇠퇴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처 방법입니다. 더 큰 위험이 따르지 않도록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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