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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칼럼> 존중의 문화
 
양소빈 주무관 울산 강북교육지원청 중등학사 지원팀   기사입력  2024/03/28 [16:40]

▲ 양소빈 주무관 울산 강북교육지원청 중등학사 지원팀  © 울산광역매일

 울산 강북교육지원청 4층 스타북스. 책과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강북 관내 지방공무원 직장 독서동아리의 모임장소로 인기가 많다. 저마다 신학기 학교 현장에서의 바쁜 업무를 마치고서 발걸음을 재촉했던 3월의 첫 모임. 동아리 회원들은 설렘과 기대감으로 서로를 마주했다. 자기소개로 첫 만남의 어색함이 사라졌고 분위기가 금방 화기애애해졌다. 동아리 회장이 준비해 온 연간 동아리 운영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독서여행의 장소와 일정도 조율했다. 각자가 품고 있던 독서에 대한 갈망은 우리를 하나로 연결시키기에 충분했다. 작년에 신규로 임용된 새내기 후배 공무원도 여러 명 가입해 동아리에 파릇파릇 신선함을 더했다. 아직은 모르는 게 더 많아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한 신규 공무원 후배들이 독서동아리 모임을 통해 직업인으로서 정체성을 찾고 직장에서 의미와 즐거움을 찾길 응원한다.      

 

 3천20명. 지난해 공무원 임용 1년 내 퇴직한 숫자다. 근속 5년 미만 퇴직 공무원은 작년 기준 1만3천500명에 달했다. 퇴사 이유는 낮은 보수와 경직된 조직문화, 악성 민원, 업무과다였다. 이에 정부는 저경력 공무원의 이탈을 막고자 근속승진기회 확대와 초과근무 상한 시간 확대, 숭진소요 최저연수 단축, 민원담당공무원의 적극 보호 등 당근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8월 경기도의 한 세무서 민원봉사실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부동산 관련 서류를 떼러 온 민원인에게 법적요건이 안 돼 발급이 어렵다는 답변을 했다. 이에 강한 어조로 소리 지르는 악성민원을 응대하다 실신했다. 쓰러진 공무원에 대해 쇼하지 말라는 조롱성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민원 응대 공무원은 의식불명으로 끝내 숨졌다.

 

 정부는 민원인의 위법행위로부터 적극적 보호조치를 위해 지자체 민원실에 안전요원을 우선배치, 휴대용 보호장비 구비 등 민원담당 공무원 보호를 강화할 계획이다. 민원인의 폭언과 폭행과 같은 위법행위에 적극 대처하고 민원인 인식개선 캠페인을 추진해 민원인과 민원공무원 모두가 존중받는 문화를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경기도 어느 시청의 도로관리과 소속 30대 공무원이 악성민원 스트레스로 자신의 차 안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도로 파임 긴급 보수공사로 인한 차량정체로 차가 많이 막혔다는 항의성 글이 온라인 지역커뮤니티에 게시되면서 공사를 승인한 공무원을 비난하는 악플이 달렸다. 공무원의 실명과 소속부서, 전화번호가 고스란히 공개되면서 늦은 시간까지 민원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고인은 항의성 민원과 온라인 신상 정보 공개로 심리적 압박과 고통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의 관리자는 민원성 글을 여과 없이 게시한 데 대한 사과글을 올렸다. 시에서는 악성민원을 제기한 누리꾼들을 공무집행방해, 모욕, 명예훼손 혐의 수사를 요청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무원을 상대로 하는 과도한 갑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선출직 기관장을 제외한 직원들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성씨만 표기하고 있다.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살리는 일은 국가의 아주 중요한 책무이다. 2006년 일본은 자살대책기본법을 제정하고 자살 예방정책 추진을 위해 긴급 강화기금 800억원을 조성하여 자살률을 낮출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를 비추어 볼 때 자살대책기본법 제정과 지자체 단체장의 책무를 명확히 규정한 조례 제정과 같은 법적 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축산위생연구소의 가축방역 팀에서 수의사로 일하는 가축방역관은 구제역 발생 현장에서 가축의 건강상태를 살펴 예방 소독을 하고 살처분한다. 살처분은 병에 걸린 가축을 죽여서 없애는 일을 말하는데 가축 사이에 구제역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발생 농가 반경 500m 이내 관리지역은 즉시 살처분이 이루어진다.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의거 병의 감염 여부와 관계없이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살처분이 가능하다. 가축방역관은 가축 살처분을 거부하는 농민을 설득할 뿐만 아니라 매몰지를 선정하는 역할도 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어느 가축방역관은 젖먹이 송아지나 새끼 돼지를 살처분할 때 가장 힘들다고 했다.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몰려오기도 한다고. 브루셀라 감염으로 가축을 살처분했던 한우농장이 또 구제역으로 살처분되다 보니 두 번씩이나 같은 농가의 가축을 자신의 손으로 살처분했다는 죄책감이 아주 컸다고 한다. 소나 돼지의 울음소리가 환청처럼 들리고 소와 돼지에 쫓기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했다. 실제로 구제역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의 71%정도가 외상후 스트레스와 수면장애를 겪었다고 했다.

 

 지난 겨울 노후화된 대구교도소를 52년 만에 신축 이전하였다.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재소자 2천100명을 법무부 버스 30대에 나누어 일정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이송했다. 권총과 테이저건으로 무장한 경찰과 기동대가 재소자 탈주상황을 대비해 경계 태세를 갖췄다. 교도소 인근 교차로에도 교통경찰이 배치돼 교통체증에 대비했다. 총기류를 무장한 교도관들도 이송 버스에 탑승하여 재소자들을 관리했다. 교도소 관계자들은 긴장했던 이송 작전이 무사히 마무리되어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다양한 직군의 공직자들은 저마다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민원인으로부터 존중받는 공직 문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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