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장동 울산YMCA 사무총장     ©울산광역매일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를 저술한 조지 레이코프는 투표자의 심리현상을 이렇게 표현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단순히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를 한다는 가정은 심각한 오해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위한 정책정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그들이 부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정치지도자로부터 알게 되는 부유함, 풍요로움 같은 것들 때문에 그들이 부자들을 좋아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을 앞두고 있다. 지역과 나라를 구하겠다고 외치는 출마자들의 면면을 훑어 봐야 할 시점이다. 또 오늘의 정치현상을 지켜보며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유권자들의 생각의 깊이가 크게 작용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내가 나라를 구하겠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여 가며 현란하게 진행하는 선거운동을 지켜볼 때마다 이제는 후보자들을 위한 선거가 아니라 유권자들에 의한 선거문화가 정착돼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난 시간 후보자 지지율 조사 결과에 따라 이 후보 저 후보들이 일희일비하면서 당선될 듯 한 기운에 요동쳐 왔다. 후보자들은 자신이 당선되어야 하는 이유를 자기의 정치 철학, 비전, 주장, 선심 어린 공약들에 담아 열거하면서 오늘도 목이 쉬도록 외친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당선만 되면 천지진동이라도 할 듯 감언이설을 쏟아내지만 당선되고 나면 개인의 정치역량은 뒤로 하고 선당후사의 도구가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때로 이율배반의 모습을 나타내고 유권자들이 자괴감을 느끼게 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이제 선거는 유권자가 선택 문화로 전환이 되어야 한다. 유권자가 표심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하고, 시대의 통찰력을 가지고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여러 명의 후보자들 중에 한 명을 결정하는 결단은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으로 결정되어 져야하는 것이 마땅하다. 선거 때만 되면 부정선거의 시시비비는 여전하다. 관권선거 유형, 후보자 매수기부행위, 금품수수, 비방 허위사실 공표, 불법선거 여론조사 등 응당 편법을 동원하는 사정 또한 선거 현장에서 끊이지 않고 늘 숨어있는 병폐이다. 이 또한 유권자가 가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4.10 총선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국내외 유권자 수는 약 4천400만명을 헤아린다. 이제 유권자들은 5일과 6일 사이에 사전투표를 하거나 본 투표일인 10일에 지정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한다. 그동안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측이, 낮으면 보수 측이 유리하다는 통념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대 대선에서 역대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지만 보수진영이 승리했다. 사전투표 참여 비율이 어느 편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냐를 쉽게 예측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일 이번 총선의 재외동포 선거 투표율이 62.8%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사실이라면 해외 115개국 220개 투표소에서 치러진 재외선거 투표율이 예사롭지 않다. 역대 총선의 재외투표율은 20%대에서 40%대 중반에 머물렀다. 그런데 63%를 기록했다면 우리 국민들이 이번 선거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이 땅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고,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는 데 성공했다. 그 배경에는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과 관심이 큰 몫을 했다. 마찬가지로 이번 22대 총선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재도약 할 수 있는 정점이 될 게 분명하다. 그래서 국민들이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특히 치열한 접전지역은 유권자의 한 표가 지역과 세상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