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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문산
 
정윤서 시인   기사입력  2024/04/11 [17:06]

당신은 기대 울고 싶은 마지막 꿈이에요

당신과 제가 어슴푸레 보입니다

두 개의 강 자락은 하나의 줄기가 되어

서로의 한계를 무너뜨렸지요

서해로 가는 길목에 이르러

당신이 떠미는 것은 무엇인가요

구름에서 구름인가요 구름에서 땅인가요

억수가 천둥을 따르는 곳에 경계는 없지요

구름과 대지 사이로 조강*이 휘돌고 있어요

 

당신의 높은 옥탑방을 두드립니다

새로 산 하이힐이 발등을 물고 있어요

물구나무 자세로 허방을 짚으며 왔어요

립스틱이 이기는지 당신이 부러지는지

눈알이 둥그레지는지 입술이 지워지는지

사과향기 움츠린 방 안의

블루투스 스피커를 켜놓으셨나요

탄닌 가득한 와인잔은 더욱더 안전한가요

길을 되돌린 길의 끝, 더는 갈 수 없어요

발자취를 거둔 내밀함

스팸 문자로 우두커니 서 있어요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팽창하던 나의 꿈

가장 닿고 싶었던 기척

금이 간 담벼락

젖은 장미

절반의 햇빛을 잡아먹은 속도로 내리꽂히는 벼락

천둥소리 음파 음파

툭툭 떨어지는 뒤통수

서해 조수에 떠밀려온 수억 개의 빗줄기

거대한 역류에 잠기는 들판

이쪽과 저쪽

흙탕물

 

우리의 끝자락이 서해에 들어섭니다

조수에 떠밀린 사나운 기억들

내게 기대 무작정 울던 당신

마지막 꿈들이 떠나가고 있어요

 

 

*조강: 한강과 임진강이 합수되는 강.

 


 

 

▲ 정윤서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문산에서 십 분 정도만 더 달리면 더는 갈 수 없는 곳. 

열외없이 바리케이트 앞에서 차를 돌려야 하는 곳.

 

사랑했던 사람이 있다. 

문산에서 가끔 만났고, 그의 옥상에서 음악을 함께 들었다.

번개가 쳤고, 억수가 왔고, 흙탕물은 무섭게 이동하고 있었다.

 

남측을 더 이상 동족으로 보지 않는다는 기사를 봤다.

 

하나만 물어볼게.

우리 어떻게 헤어져? 

 

음파 음파, 

흙탕물이지만.

 

 

정윤서

 

경기 여주 출생

동국대 문예대 석사과정

2020 미네르바 등단

한국작가회의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ysj67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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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4/11 [17:06]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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