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맞이하다 보면
매일 가는 산길에서
오래 간직한 순결이 하얗게 꽃 피고
그 길 따라 사랑으로 걸었던 날들.
오늘도 구름처럼 흘러가다 웃음으로 보내는 하루
산등성에 올라서면 오랫동안 잊었던
우리들의 사랑 이야기.
그림자가 지나가는 길목에서
가로등이 켜진 창가로 가면
이제는 생각 없는 하루가
울먹이는 발걸음으로 내 그림자와 함께 걸어가고 있다.
<시작노트>
"아름다운 동행"의 동반자는 늘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 추억들, 이야기들이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구름처럼 흘러가다 웃음으로 보내는 하루"를 맞이하기도 하고, "산등성에 올라서면 오랫동안 잊었던// 우리들의 사랑 이야기."를 들쳐 보기도 한다. 그러나 가끔은 "이제는 생각 없는 하루가//울먹이는 발걸음으로 내 그림자와 함께 걸어가고 있"는 내 모습에서 쓸쓸함도 맛보기는 하지만 우리는 그런 모든 자아(自我)들을 껴안고 남은 삶을 살아가야 하리라.
도화숙
지리산문학회 부회장
함양 문인협회 회원
시집『쑥부쟁이』(2024, 시산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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