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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논단> 국가가 여성폭력 근절에 책임 다해야
 
김미영 울산여성의전화 대표   기사입력  2024/04/25 [18:24]

▲ 김미영 울산여성의전화 대표  © 울산광역매일

 국민이 수사기관에 폭력 피해를 신고하면 당연히 보호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상식은 실현되고 있는가.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하고 있는가.

 

 지난 10일 경남 거제에서 데이트폭력을 당한 20대 여성이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열흘 만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여성은 가해자로부터 수시로 스토킹, 통제, 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으며, 경찰에 접수된 데이트폭력 관련 신고만 약 12건에 달했으나 1건을 제외하고는 전부 현장 종결되거나 발생 보고만 되었다. 수년 전부터 전 남자친구의 폭행으로 인해 자주 경찰서에 동행했으나 그럴 때마다 풀려나기 일쑤였고 피해여성은 늘 "무섭다"며 공포에 떨었다고 숨진 여성의 사촌 언니가 전했다.

 

 검찰은 "가해자가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10일 후 긴급체포에도 응한 점을 비춰볼 때 긴급체포의 법률상 요건인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긴급체포 불승인 결정했고, 가해자는 체포된 지 8시간여 만에 풀려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수차례의 신고에도 제대로 된 처리나 보호조치도 없었던 것과 관련하여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등과 달리 데이트폭력은 일반 폭행으로 적용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제도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며 "향후 자신의 의사에 의한 처벌불원인지 등의 확인만 가능하다"며 `데이트폭력 관련 법의 부재`,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정말 그러한가. 친밀한 관계속 여성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개인정보와 일상을 잘 알고 있어 피해자는 보복의 두려움으로 폭력피해를 드러내어 해결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신고하더라도 가해자의 협박, 합의종용 등 추가 피해의 가능성이 높아 처벌의사조차 밝히기 힘들다. 거제 폭력사망사건 역시 피해자가 거주지를 이동하고 연락처를 변경하며 가해자와의 분리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좌절됐다.

 

 데이트폭력은 폭행 외에도 상해, 주거침입, 스토킹 등으로 처벌될 수 있고, 국가는 피해자의 보호를 위해 신변경호, 스마트워치 지급, 가해자 경고, 보호시설 연계, 임시숙소 제공 등 필요한 모든 조치가 가능하다. 수사기관은 현행범인 가해자를 체포하여 피해자와 분리 후 수사할 수 있다.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느라 피해자를 위험에 방치한 것은 그 어떤 변명도 허용될 수 없다.

 

 여성폭력 피해자가 끝내 죽음에 이르는 사건이 잇따르자 국회 제3당이 기자회견을 통해 `21대 국회에 계류된 데이트폭력 관련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입법 방향은 제시되지 않았고 정부나 거대 정당은 아무런 입장이나 대책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데이트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이나, 가정폭력, 스토킹처벌법 등 관련 법에 데이트폭력을 끼워 넣는 형태의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으나 이러한 방식의 입법은 기존 법ㆍ제도의 한계를 되풀이할 우려가 크다. `반의사 불벌죄` 조항과 같은 예시에서 드러나듯 범죄자를 처벌해야 할 국가적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주요 문제다. 여성폭력의 특성,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관계 등을 고려한 정의 규정 및 처벌 규정이 충분하지 않은 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니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만으로는 여성의 안전도 피해자 보호도 실현할 수 없다.

 

 2023년 한 해 동안 최소 19시간에 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으로부터 죽거나 죽을 위험에 처한 참담한 현실 앞에 국가는 `제도의 부재`와 `피해자의 의사`를 핑계로 더 이상 여성들의 고통과 죽음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국가는 친밀한 관계 속 여성폭력의 원인과 실태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관련 법과 제도의 전면적인 검토와 개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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