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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얼음꽃 사랑
 
우미자 시인   기사입력  2024/05/16 [17:04]

몇 겁이라도 흘러야 

속잎까지 투명한 꽃으로 피어날 수 있으랴

뼈 시린 가지마다 영롱하게 매달린 얼음꽃

지나온 시간들이 아스라이 묻혀 있네

한 치의 틈도 없이 얼어버린 눈물의 샘

               

만 겹의 바람 노래, 천만 그루 나무들 노래

마디마디 실핏줄 터지는 쓰라림의 줄기 사이로 

흘러와 섞여서 피어난 환희의 얼음꽃

               

산 아래 계곡에서는 

제 길 따라 마을로 흘러가는 물줄기들 싱싱하고

오솔길 걷는 연인들의 웃음소리처럼 

겨울 동박새 울음소리 숲속으로 흘러가네

               

여기는 지금 수빙의 상고대

얼음꽃 만발한 순백의 사원

꽃잎들 한 장마다 환한 경구로 피어나

수만 권의 경전經典으로 가득 찬 사원

               

산봉우리 멀리서 

은백의 종소리들 메아리로 울려와   

고요히 내 몸 안에 들어와 속삭여주네

               

사랑은 불꽃 속에   

활활 피어난 얼음이라고  

천만 구비 고통의 빙점을 넘어야 

비로소 꽃이 된다고

               

눈물도 결빙되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희고 환한 꽃이 되네 

천지간에 만발한 얼음꽃 사랑

 


 

 

▲ 우미자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온몸이 높이 올랐다가 떨어지면서 느끼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욕망과 희열에 대한 “천지간에 만발한” “눈물의 샘”이다. 살아온 고통이 잘 녹아서 새로운 꽃으로 피어난 속 깊은 울음이다. 우리는 살면서 기쁨보다 슬픔에 더 가깝다. 그걸 이기지 못하면 한 생은 무너지는 것이다. 그 얼음꽃 같은 사랑을 하면서 인간은 지난한 삶을 이겨낸다.

 

 

우미자

 

- 전북 전주 출생 

- 원광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 국문과 졸업

- 1983년 『시문학』으로 등단함

- 시집 『무거워라 우리들 사랑』(1989)

『길 위에 또 길 하나가』(1993)

『바다는 스스로 길을 내고 있었다』(2008)

『첫 마을에 닿는 길』(2015)

『얼음꽃 사랑』(2024) 

- 수상 원광문학상(2010) 전북시인상(2018) 

- 호남중학교, 원광여자종합고등학교, 부안여자중고등학교 국어교사로 37년간 재직 

- 2013년 2월 정년퇴임 녹조근정훈장 수훈  

-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 이사, 한국펜문학회 전북지회 이사, 전북시인협회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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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5/16 [17:0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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