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밀어내는 마음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이며 돌이킬 수 없는 문장
범고래처럼 포효하는 파도의 횡포에
때로는 태연하게 때로는 투사처럼 대항하는
우리의 본분은 파도와 맞서서 싸우는 일
파도의 안이 되었다가 밖이 되는
피 터지는 이 싸움은 언제 끝날까
제 발등을 찧고 우는 날이 많은
네 발 중 두 발을 고정시킨 채 춤추는
우리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흔들리는 배들이 먹이를 찾아 날아다니는
새들을 위해 길을 비켜주고 사라지고
푸른 수면이나 모래의 눈동자 위에
바람의 말들이 시나브로 흩어진다
밀고 당기며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쫓아오는 햇살을 따돌리며 달리는 파도
오라, 가까이 오라
우리는 준비된 자
애면글면 지키고 싶은 무한의 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오늘 그리고 내일
끈질긴 인내와 투지로 승리하기 위해
이대로 돌무덤이 될 수는 없지
<시작노트>
싸워서 이겨야 하는 결심으로 꽉 찬 마음으로 싸우기 싫지만 싸워야 하는 순간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지키고 싶은 것들, 지켜야 하는 것들 앞에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위해 우리의 본분을 잊지 않기 위해 어찌할 바를 모르고
결국 싸워야 하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김은우
1999년 『시와 사람』으로 등단
시집『바람도서관』『길달리기새의 발바닥을 씻겨주다 보았다』
2015년 전남문화예술재단기금 수혜
2016 세종도서문학나눔 선정
시산맥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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