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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논단> 떠나는 군인을 잡아라
 
배종대 시인   기사입력  2024/11/07 [19:45]

▲ 배종대 시인  © 울산광역매일

 선거철이 되면 후보들은 젊은 남성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병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공약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윤석열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그 결과 내년부터는 병장 월급이 200만원대로 뛰어오른다. 30년 전의 병장 월급이 1만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인상률이다. 군 복무를 하는 병사는 물론이고 부모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이렇게 높은 인상률은 또 다른 문제를 낳았는데, 병장 월급이 소위와 하사의 1호봉 급여보다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물론 간부들은 각종 수당을 포함하면 병사보다 수령액이 높다고는 하나, 병사들은 세금을 떼지 않지만, 간부들은 세금을 뗀다. 결국, 병장 월급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올해 육군에서 전역한 부사관 수는 새로 임관한 부사관 수보다 2배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박한 처우가 주된 원인이다. 과거에는 사회 자금을 마련하려고 일부러 간부를 지원하는 청년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장교나 부사관으로 전역해도 취업에 도움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병사로 전역하여 사회 진출을 앞당기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 되었다. 특히 병사와의 급여 차이가 나지 않으니, 상대적인 박탈감은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육사 입학 경쟁률은 매년 하락하고 조기 전역하는 장교는 늘고 있다. 부사관의 인력난은 더욱 심각하여 자주포나 장갑차를 조종하는 부사관이 없어서 많은 병기가 놀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또한. 병장 월급이 200만원대로 인상되면 간부들 월급 역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월급을 올릴 수밖에 없다. 현 국방비에서 많게는 매년 약 10조원이 추가된다고 한다. 가뜩이나 국가 채무가 1천조원이 넘어가는 판에 전쟁이 끝나지 않은 징병제 국가에서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놈이 많다`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표심을 얻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퍼다 주는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한 결과 국가 재정은 바닥이 났다. 차라리 그 예산을 저출산 시대에 산모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출산장려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포퓰리즘 공약은 병사의 복무 기간에도 영향을 끼쳐 현재는 18개월까지 줄였다. 기초 군사훈련부터 시작해서 자대 배치를 받고 군 생활에 적응하여 제대로 된 전술을 익히기도 전에 제대해야 한다. 현대전은 첨단 무기와 이를 운용할 전문 인력에 의해 승패가 결정 난다. 충분한 탄도미사일과 전투기 수십 대를 배치할 수 있으며 간부 육성을 충분히 하고도 남을 금액을 18개월 군 복무하는 병사 월급에 사용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군대라는 곳은 기본적으로 자유가 억압된 집단이다. 반대로 말하면 자유가 보장된 민간 공무원과 처우가 같더라도 직업군인을 택하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하물며 병장 월급이 간부보다 많다면 직업군인이 되어 나라에 목숨 바칠 젊은이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젊은 병사의 표심을 얻기 위한 공약은 간부들의 사명감을 뭉개버렸다. 병력이 감소할수록 간부의 중요도는 높아진다. 나라의 국방을 생각했다면, 간부의 처우부터 개선했어야 했다.정부와 국방부는 매년 직업군인에 대한 처우를 향상하겠다고 약속해왔다. 하지만 기본 급식비부터 각종 수당과 상여금, 복지예산 전반에 걸쳐 모든 금액이 삭감되었다. 엉뚱한 곳에 예산을 사용하니, 직업군인의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없는 것이다. 모든 게 대중의 귀를 현혹하는 선심성 공약에서 비롯된 부작용이다. 만약 국가 예산이 개인 돈이었으면 이렇게 엄한 곳에 함부로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진정성 있고 정말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 국민이 땀 흘려 낸 세금을 가치 있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떠나는 간부를 붙잡을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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