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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회>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하송 시인   기사입력  2016/09/27 [14:57]

헬스장에 검정색 야구 모자를 쓰고 흰색 메리야스를 입고 운동을 하는 남자 회원이 있습니다. 헬스장에 운동복이 갖춰져 있지만 그 회원은 문신한 팔을 드러내며 흰색 메리야스를 입고 운동을 하기에,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미혼의 유치원교사가 살짝 귀띔을 해주는데 나이가 40쯤 되는 미혼의 학원강사로서 탈모가 와서 모자를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의 옆에는 젊고 발랄한 20대 아가씨 회원이 있었습니다. 매일 그 아가씨에게 자연스러운 스킨십으로 자세를 고쳐주며 트레이너 역할을 했습니다. 날마다 몇 시간씩 다정하게 운동을 하는 커플이기에 회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심야에 커피숍에서 데이트하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는 목격담을 전하던 사람은 아무래도 둘이 사귀는 사이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둘이 나이차가 15년 이상 나는데 여자가 미쳤다는 말까지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는 다른 아가씨하고 운동을 하는 모습이 목격되었습니다. 새로운 상대에게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구령을 붙여주며 자상하고 다정한 모습이었습니다. 상대여자가 또 바뀌었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처음일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땀 흘리며 운동을 한 후에 샤워장에 들어서니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옆 사람과 너무 가까워서 몸이 닿을 정도였습니다. 왼쪽이 제일 끝자리여서 붙박이 샤워기 방향을 조금만 바꾸면, 거리가 생겨서 서로 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닥에 편하게 앉아서 씻고 있는 왼쪽 아주머니께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습니다.
“샤워기 방향을 조금 바꿔도 될까요? 물이 만나서요.” 그러자 그 분은 흔쾌히 그러라고 한 후에 곧 이어서 “만나요?” 하더니 ‘하하~ ’소리를 내며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밝은 웃음소리에 기분이 좋아져서 덩달아 따라 웃으면서도 ‘그 말이 그렇게 재미있나?’ 고개가 갸우뚱해졌습니다. 그리고 ‘만난다는 말이 참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말이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가수 노사연의 ‘만남’이라는 노래를 들을 때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람이었어. 잊기엔 너무한 나의 운명이었기에 바랄 수는 없지만 영원을 태우리!’ 너무 지천에 흐드러지게 널린 인스턴트식 사랑에 식상해 있는 만큼 ‘바람, 운명, 영원’의 가사가 더욱 묵중하게 가슴에 다가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삶은 날마다 크고 작은 만남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크게 두 분류로 나누자면 공적인 만남과 사적인 만남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공적인 만남은 직장에서의 만남처럼, 전적으로 내 의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지만, 사적인 만남은 내 의지가 어느 정도는 반영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적인 만남에서는 누구한테나 일정한 시기가 되면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세상 살아가는 이치가, 나에게 없는 것을 원하고 바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옆에 있는 소중한 것을 놓치고 결국에는 잃기까지 하는 우(愚)를 범하게 됩니다. 그래서 항상 ‘초심(初心)’을 강조하곤 합니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초심은 정말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랜 만남을 지속하면서 난생 처음 만난 사람처럼 꾸준히 대하는 경우는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바람 끝이 시원하다 못해 쌀쌀해지고 있습니다. 가을에 접어들고 겨울이 다가오면 추위에 대비해서 따뜻한 옷을 미리 준비하곤 합니다. 하지만 내적으로도 무장해제하고 방심하다가는 가슴 한 복판에 큰 구멍과 함께  걷잡을 수 없는 회오리바람이 몰려올 수 있습니다. 지금 일하고 있는 소중한 일자리, 주위 사람들, 내 옆의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초심을 갖고 대하고 있는지 뒤돌아 볼 때입니다.
처음 만날 때 가졌던 긴장과 잘 보이려는 마음이 사라진지 오래지 않은지, 반성을 해봅니다. 타성에 젖어서 옆에 있는 소중한 인연을 소홀히 하고 함부로 대할 때 깊은 회한(悔恨)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찬바람이 더욱 거세게 가슴 한 복판을 향해 돌진해 오기 전에, 처음 만난 것처럼 소중한 사람에게 설렘의 마음과 사랑의 눈길을 보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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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9/27 [14:57]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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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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