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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회>휴대전화기
 
하송 시인   기사입력  2016/10/25 [13:58]

 전자제품을 구입하면 오래 쓰는 편입니다. 현재 사용 중인 세탁기도 몇 십 년이 됐고, 냉장고 · TV등도 언제 구입했는지 가물가물합니다. 멀쩡한 것을 버리지 못하는 알뜰함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귀찮은 이유도 큰 몫을 차지합니다.
이렇게 새 제품으로 잘 안 바꾸는 품목에 휴대전화기도 들어있습니다. 구형인 것은 문제가 되질 않는데 너무 오래 사용해서인지 아니면 물에 빠트려서인지, 간혹 작동 중에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올 여름에 S사에서 홍채 인식과 함께 방수가 되는 획기적인 신제품이 나오면서 최신 기종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마침 여름의 열기가 한창일 때 생일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예약자에 한해서 시계겸용인 기어까지 사은품으로 준다는 홍보에, 생일 선물이라는 명목까지 붙이면서 가족들의 성화가 극에 달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승낙을 하자, 아들과 남편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추켜세우며 예약을 감행했습니다. 아직은 더 사용할 수 있는데 귀찮게 한다며 투덜대자, 신제품의 획기적인 기능에 대해서 의기양양해 하며 홍보를 했습니다.
기다림 끝에 드디어 럭셔리하게 금색으로 반짝이는 골드 칼라의 새 휴대전화기를 받게 되었습니다. 저장되어있는 자료가 많아서 자료를 옮기는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매장 직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중간에서 멈추고, 집에서 설명서를 봐가면서 자료 옮기는 일을 완료했습니다. 사용하던 휴대전화기를 팔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얼마 후 전혀 예상치 못한 발화 사건이 터지면서 다시 새 휴대전화기로 교환하게 됐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저번보다 더 긴 시간 끝에 자료를 옮기며 힘들게 교체했습니다. 새 휴대전화기는 용량도 크고 사진 화소도 높고 그립감도 좋아서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덜렁거리는 성격인데 물에 젖었을 경우에 방수가 된다는 점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서 새 휴대전화기에 필요한 앱을 설치하고 다양한 K대화 이모티콘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들어가서 케이스를 구입하려고 알아보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발생한 발화사고로 단종(斷種)과 함께 다른 기종의 새 휴대전화기로 구입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1학년 남자아이가 있습니다. 혹시 복도에서 만나더라도 인사는커녕 불러도 대답도 하지 않습니다. 에너지가 넘쳐서 뛰어다니느라 무척 바쁘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이가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최신 기종인 휴대전화기를 가지고 있는 걸 보고 나서부터입니다. 단번에 제품명을 맞추더니 새로운 기능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하며 주인보다 더욱 박식함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다 발화사고가 언론에 보도 된 이후로는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휴대전화기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새 것은 어떤 기종으로 구입할지를 궁금해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어떤 걸로 구입할지 고민 중인데, 선생님은 이걸 계속 쓰고 싶다고 어린아이에게 어리광을 부렸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였습니다.


“선생님, 그냥 버티세요. 제가 생각해봤는데요, 계속 쓰고 싶으면 그냥 써도 될 것 같아요.”
아이의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며칠을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론 같았습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아래 아이들의 잘 못된 행동을 보면 ‘지적과 함께 바르게 잡아주기에만 급급해하지 않는지’ 반성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조건 내편이 되어서 말을 해주는 아이의 마음에,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따뜻함이 밀려왔습니다.
“고마워.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이건 반환하고 다른 걸로 사야 돼.”
“왜요? 폭발만 안 하면 되잖아요.” 눈을 똥그랗게 뜨고 의아해하는 아이에게, 계속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자, 총명한 아이는 금방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S사 보다 한 달가량 늦게 신제품을 선보인 A사의 최신 휴대전화기 역시 발화사고가 보도되었습니다. 휴대전화기를 뜻하지 않게 연거푸 세 번을 바꾸게 되는 상황에서 번거롭고 귀찮은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러던 중, 아이들이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자 흠칫해졌습니다. 혹시 아이들에게 불안감과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입니다. 발화현상은 선생님을 걱정해주는 1학년 학생과, 아이의 따뜻한 마음을 전해 받은 선생님의 가슴속에서만 일어나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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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0/25 [13:5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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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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