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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신호등
 
박서운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기사입력  2016/12/06 [14:46]
▲ 박서운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신호등이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무엇을 하라는 걸까? 노란신호등은 ‘주의신호’다. 다음 신호가 곧 켜지니 주의해달라는 사인이다. 또는 모두 멈추어서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읽기 책에 나오는 얘기다. 해바라기의 노란색을 무엇에 비유할 수 있나요? 라는 질문에 노란신호등이 권장 답안으로 나오기도 한다. 동화적인 재미있는 표현이고, 노란색에 담긴 조화와 평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거리에서 빨간 신호등은 ‘멈춤’을, 파란신호등은 ‘진행’을 의미하는데 비해서 노란신호등은 조금 애매모호하기는 하다. 가라는 것도 아니고, 서라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러나 교차로에서 노란신호등과 같은 완충제가 없으면 차가 뒤엉키는 혼잡과 더불어 충돌사고가 빈발하게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같이 노란 신호등은 ‘가다’와 ‘서다’의 극명한 대립사이에서 경계의 의미로 설계된 것이다. 때로 이처럼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것으로 규정되는 공간을 ‘교차모순의 공간’이라 부르기도 한다.


노란신호등이 기능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모두 멈춰 서서 잠시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다. 여유라는 말 보다는 차라리 지혜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노란신호등이 켜져 있는 짧은 시간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시간이다. 신호를 위반하고 달려오는 상대방 차선의 운전자를 용서하고 기다려주는 온정의 시간이기도 하다. 모두 조금씩 기다리면서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간 너무들 바쁘게 살아왔다. 우리의 사고체계와 행동양식은 ‘개발과 성장’이라는  대명제를 쫓아서, 한껏 가속페달을 밟고 속도감을 만끽하며 살아온 우리가 아니었던가?
자연스레 우리사회는 노란색은 없고 빨강색과 파란색만이 존재하는 그런 것이었다.

 

이런 ‘이분법적 사고’의 횡행으로 관용과 사랑은 사라지고 오직 경쟁만이 존재하고, ‘진 자’는 ‘루저’라는 누명을 뒤집어 쓴 채 용도 폐기되어 버리는 살벌함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기다려주라는 노란신호등의 덕목을 실천하는 것은 내가 내목을 조이는 자살행위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가던 길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조금씩 쉬어주자. 빠른 속도로 내지르는 차안에서는 거리의 모습이 제대로 보일 리 없다. 최종목적지만이 중요하지 중간의 과정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러나 노란신호등에서는 모든 것이 또렷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횡단보도에서 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 거리 점포에 싸놓은 물건들, 심지어 상대편 차선의 운전자 얼굴까지 보이지 않던가? 그게 바로 우리의 삶이 아니겠는가?  주변을 둘러보며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이리라!


전쟁 중에도 노란신호등이 필요하다. 백여 년 전인 1914년에 발발한 1차 세계대전은 4년 남짓한 기간 동안 무려 900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다. 그 당시 벨기에 전투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이다. 영국군과 독일군의 전투는 수천 명의 병사와 당나귀, 말 그리고 총과 중화기가 뒤엉키는 아수라장이었다. 거기에 온통 흙탕물로 전쟁터는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독일군의 참호에서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고, ‘고요한 밤’이 밤하늘에 울려 퍼지고, 영국군들이 ‘더 포스트 노엘’이라는 캐롤로 화답한다. 이어 그들은 전쟁을 잠시 멈추고 죽은 이들을 묻어주고, 누가 제안하지도 않았지만 평화의 시간을 갖는다.

 

이발사 출신인 독일군이 영국군 병사의 머리칼을 잘라주고, 양군은 포탄이 뒹글고 있는 그 곳에서 축구를 하며 평화의 한 때를 보낸다. 물론 평화는 잠시였고, 얼마 후 대대적인 전투가 다시 벌어져 양측의 수많은 꽃다운 젊은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게 된다. 후일에 이 사건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리며 사랑은 전쟁도 멈출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전쟁 중에 노란신호등이 작동했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나라 앞에 켜 있는 신호등은 무엇일까? 빨간색, 파란색? 자기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색이겠지만, 노란색이면 좋겠다. 모두가 숨을 한번 고를 수 있는 노란색이면 어떨까? 어차피 역사의 수레바퀴는 정해진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있지 않겠는가. 어느 것이 진정 나라를 위하는 것인지 대통령부터 모든 정치인들과 국민 하나하나가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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