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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불평등이 주는 사회문제
 
신영조 논설위원·시사경제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04/10 [14:43]
▲ 신영조 논설위원·시사경제 칼럼니스트     © 편집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정설이 된 지 오래다. 대한민국에서 자식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여기에 아이의 체력과 도우미 아줌마의 사랑이 더해져 ‘5대 조건’으로 확장된 버전도 있고 부모, 친가·외가 조부모를 합쳐 ‘식스포켓’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서울 학원가 학부모 사이에서는 ‘아이가 고3 되기 전까지 1천만원 모아 두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수준급 과외는 과목당 월 300만원 내외다. 세 달은 받아야 효과가 있기 때문에 평균 1000만원이 든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초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학생 3천181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를 묻는 조사에서 1위는 ‘공정’(16.1%)이 차지했다. 2위는 ‘개혁’(15.6%), 3위는 ‘소통’(14.6%)이었고 ‘정의’(13.2%), ‘안정’(8.0%)이 그 뒤를 이었다. ‘성장’이라는 답은 3.9%에 불과했다. 이 조사 결과를 통해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발전하는 나라’보다 ‘공정한 나라’를 바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내지 ‘출발선이 다른 운동장’에서 불공정한 경쟁을 해온 젊은이들의 억울한 심경이 읽히는 대목이다.


지난 달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통계를 보면 소득수준에 따른 사교육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득 월 100만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비는 5만원인 데 반해, 월 700만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비는 44만3천원에 달했다. 무려 8.8배나 차이가 난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이 이룬 초고속성장의 원동력은 교육을 통한 급속한 인적자본 축적에 있었다. 지역과 계층에 관계없이 우수한 잠재력을 가진 인재를 가려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했던 것이다. 여러 지역, 여러 계층, 여러 개천에서 수많은 ‘야생의 용들’이 날아올라 한국 경제를 이끌었다. 그러다보니  몇몇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이 아니라 전국 개천 여기저기에서 용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후 한국 교육시스템은 ‘진짜 용’을 가려내는 데 점점 실패했고 인적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도 못했다.


모두 가난했던 경제성장 초기에는 학생 간 ‘치장법’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 우수한 인재들을 대학에서 가려내기가 용이했다. 그러나 부모세대의 경제력 격차가 커진 지금은 ‘치장법’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그래서 능력은 있지만 부가 뒤 따르지 않는 인적자원은 대입에서 불리해진다는 게 정설이다.


 현행 대학입시 제도는 ‘진짜 인재’를 가려내는 데 실패하고 있다. ‘가난한 똑똑이’가 ‘부유한 평범이’보다 낮은 서열의 대학에 가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이처럼 교육 불평등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문제는 초·중·고교의 보통교육 과정뿐 아니라 대학교육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 교육 및 입시제도는 진짜 인적자본이 뛰어난 인재를 가려내서 이들을 생산성이 높은 분야에 연결해주는 자원배분 역할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식스포켓’이 작용하는 교육 불평등과 이에 파생하는 사회문제의 시정이 시급해 보인다. 선의의 경쟁이 가능한 바른 교육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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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영산대학교 총동문회장
前울산과학대학교, 영산대학교 경영학부 외래교수
前울산광역시 중소기업지원센터 감사
前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 일자리 협력망 위원
前울산광역시 나눔푸드마켓 후원회장

·영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유치위원회 고문
·울산광역시 '중소기업 이렇게 도와드립니다'책자3회발간
·행복Vision Dream(경영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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