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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의 권리
 
박서운 울산과학대 교수   기사입력  2017/07/03 [15:28]

 

▲ 박서운 울산과학대 교수    

서울은 인구수가 천 만 명이 넘는 대도시이다. 수많은 건축물들이 서 있으나 성냥갑모양의 천편일률적인 모양을 하고 있어 멋이 없는 대표적인 도시로 손꼽히곤 한다. 물론 요즈음엔 개성을 지닌 예술적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서 멋스러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다. 과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서울을 디자인 한다’라는 모토아래 서울에 예술적 디자인을 입힌다는  새로운 시도를 한 적이 있다. 반대도 많고 욕도 많이 얻어먹은 정책이었으나 그 때부터 서울에 새로운 옷을 입히는 작업을 계속 해왔으면 지금 서울은 크게 달려졌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 최근 서울에서는 헌 신발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해봤으나 설익은 기획으로 말미암아 일찍 철거되어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조금 낯선 이름인지는 모르겠으나 오스트리아의 대표적 화가이며, 생태건축가인 훈데르트 바서를 생각해 본다. 요즘 인공적인 도시에  자연을 입히고 사람의 감정을 씌우기 위한 시도들이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해서 이에 관한한 선구자라 할 수 있는 훈데르트 바서를 통해 우리나라 도시들이 나갈 길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훈데르트 바서는 화가이다. ‘색채의 마술사’라고 불릴 만큼 독특한 화풍을 이룬 전문 화가이다. 그리고 그는 생태건축가로도 활동했으며, 자연보호, 산림운동, 반핵운동 등 예술 밖에서도 활발한 운동을 실천한 환경운동가이기도 했다. 기능과 실용성을 우선시하는 현대 건축물들이 인간성을 상실케하고 인간을 병들어가게 한다고 생각한 그는 차갑고 냉엄한 도시에 자연을 덧입혀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곤 했다.


그는 1983년 비엔나 시의회가 의뢰한 공공주택 구조 변경 작업에서 ‘건축은 네모다’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크기와 위치가 제각각인 창문을 가진 건물을 탄생시켰고, 지금 이 건물은 예술의 도시 비엔나가 자랑하는 걸작으로 대접받고 있다. 애당초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 직선이란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는 곧바른 직선과 네모반듯하게 잘 배열된 것은 정밀하여 품질이 우수할 것이란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정형화된 시선으로 바라보면 훈데르트 바서가 리모델링한 이 건물은 마치 아이들 장난으로 보일런지도 모르겠다. 창문의 크기와 위치가 직선적이지 않고, 비대칭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서는 이런 작업을 통해 자연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다. 그는 인간과 자연의 평화로운 공존을 꿈꾸며 일생동안 노력을 기울였다. 평소 이젤을 사용하지 않고 바닥에 펼쳐놓고 작업을 했다고 한다. 수직의 것은 부자연스럽고 인공적이기 때문이란다. 신발도 폐품을 재활용해서 손수 만들어 신었다고 한다. 이런 신념을 일생동안 고집스러울 만큼 지켰던 그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운동을 한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환경운동가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훈데르트 바서는 `인간은 자연에 잠시 들린 손님이니 예의를 갖추라`고 말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사람을 보호하는 피부는 5개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진짜 피부`이고, `입고 있는 의복`이 둘째, `살고 있는 집`이 셋째 피부라고 한다. 네 번째 피부는 `사회`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피부는 `지구` 즉 `환경`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우리를 보호해 주는 제3의 피부가 집이라고 생각한 그는 집 주변에 자연식물을 많이 놔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창문에는 작은 화분이라도 놓아두고, 집 주변에 나무를 많이 심으며, 옥상에도 나무와 꽃 같은 것을 많이 심어, 요즘 많이 유행하고 있는 옥상정원의 모티프를 제공하였다.


직선화되어 있는 도시에서 곡선을 사용한 건물은 유독 눈에 띈다. 런던 시청 건물은 곡선을 이용한 독특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유리달걀`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런던의 랜드마크가 된지 오래이다. 이 건물은 모양뿐이 아니라 친환경 원리를 잘 사용하여 에너지 사용량을 약 60% 이상이나 줄였다고 한다. 프라하에도 `댄싱빌딩`이 돋보인다. 하이테크 기술로 지어졌지만 엄밀함보다는 따뜻하고 감정적이며 무겁지 않은 이미지를 나타낸다.


훈데르트 바서의 `창문의 권리`를 얘기하고 싶다. `아파트 세입자는 자신의 창문 밖으로 팔을 뻗어 닿는 만큼 칠을 벗겨내고 긴 붓으로 페인트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거리를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그 창문 안에, 표준화된 감옥에 갇혀 노예처럼 살고 있는 옆집 사람과는 다른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도시를 만드는 부속품과 같은 것에서 벗어나 당당히 도시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그런 도시를 누구나 꿈꾸고 있다. 서울(Seoul)에 영혼(soul)을 불어 넣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우리나라 모든 도시에서 이런 일들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났으면 좋겠다. 공업도시와 공해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울산이야말로 정말 본 받을 일이 아니겠는가. 울산에는 울산를 상징하고 있는 랜드마크가 있던가. 없던가. 자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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