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회>순리대로
 
하송 시인
 

자주 안부를 묻는 지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나른한 오후 시간이었습니다. 뭐하냐고 했더니 외출 준비 중이라고 했습니다. 정신이 초롱초롱하면 책을 읽던지 글을 쓰겠는데, 점심을 먹고 졸려서 외출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볼 일이 있나보다 했더니, 단순히 졸려서 잠을 깨려고 나간다고 했습니다. 졸리면 자면 되지, 굳이 왜 잠을 깨야만 하는지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질문하니, "아 그렇구나. 자면 되는구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했습니다. 우리 몸은 무의식적으로, 그동안 살아오면서 학습되었던 모습으로 반응합니다.

 

굳이 극기하는 삶을 살지 않아도 되는데,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지내오다 보니, 여유가 허락된 시기에도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며칠 전, 주말을 맞이하여 산책하기에 좋은 산을 다녀왔습니다. 산책길이 계곡을 끼고 있어서 산과 물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평소에 많이 붐비는 곳이지만 여름 휴가철이 지나서 한가하리라 생각하고 산에 들어서는 순간, 큰 착오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주차장에 차가 빈틈없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차장 입구에 `만차`라는 안내판이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3주차장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역시 빈 자리가 없어서 다시 1주차장으로 내려와서 배회를 하던 중, 다행히 차 한 대가 나가는 바람에 겨우 주차를 할 수 있었습니다. 눈처럼 뽀얀 마사토 길을 걷는 동안, 생후 2개월 된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젊은 부부가 다정하게 걷고, 물 옆에서는 7,80대 할머니들이 모여서 화투를 치고 있었습니다.

 

건강을 생각하는 중년의 아저씨들은 신발을 벗은 채 맨발로 산책로를 걷고, 개구쟁이 아이들은 물속에서 동동거리며 떠날 준비 중인 여름을 붙잡기에 바빴습니다. 자연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며 한참을 걷다보니 구름다리에 도착했습니다. 순간 기어이 건너야겠다는 도전정신으로 구름다리 위를 몇 걸음 떼었습니다. 그런데 아득한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몸이 얼어붙어서 한 발짝도 전진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걷잡을 수없이 몰려오는 고소공포증으로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만류하는 고마운 손길을 붙잡고 겨우 구름다리를 탈출한 후, 사소한 일로 목숨을 걸려는 자세를 또 한 번 반성하며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순리란 무리가 없는 순조로운 이치나 도리를 말합니다. 그런데 우린 무의식중에 발버둥 치며 점점 순리와 멀어지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잘 안 떠지는 눈을 비비며 무거운 몸을 일으켜서 출근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직장에 도착하자마자 몽롱한 정신을 쫓아내기 위하여 쓰디쓴 커피를 쉼 없이 마십니다. 급기야 카페인 공격에 심장이 벌렁거리며 살려달라고 SOS를 칠 때에야 카페인 과다 복용인 것을 인지하고 커피마시기를 멈춥니다. 어려서 많이 듣던 말이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쌍둥이도 세대차가 난다.`는 말에 공감이 됩니다. 빨리 변하는 만큼 살아가는데 편리한 점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머리가 빙빙 돌며 어지러울 때 역시 많습니다.

 

계속되는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세상입니다. 직장에서도 익숙해지기 바쁘게 새롭게 바뀌는 업무 프로그램으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합니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므로 손에 익어서 편할 수도 있는데, 매해 새로운 일을 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배우며 적응해야하는 긴장의 연속입니다. 세월의 나이테가 늘어갈수록 주위 사람들과 사물에 대하여 소중함과 고마움이 커집니다.

 

특히 순리에 순응하는 자연 속에서 마음의 안정과 함께 감사함이 극에 달합니다. 사람도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나무를 닮은 사람`이 좋습니다. 마사토길을 걷고 하얗게 순화된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양털 구름이 파란 하늘에 카펫으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구름은 옆도 뒤도 보질 않고 자기 속도로 천천히 앞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힘들게 뛰어가거나 거꾸로 가는 대신에 순리대로, 내 속도로 천천히 가는 연습을 해야 하겠습니다.


 
기사입력: 2017/08/29 [15:35]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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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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