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회>유효기간 속에서
 
하송 시인
 
▲  하 송 시인

띠링~! 문자가 왔습니다. 이달 말일 날짜에 포인트가 소멸될 예정이니 매장을 방문해서 물건을 구매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메일이 왔습니다. 항공 마일리지가 소멸될 예정이라고 적혀있는데 대충 보고 메일을 닫았습니다. 올 여름에 해외여행을 갈 때였습니다. 여행사에 여권을 제출했더니 여권을 재 발급받아야 한다고 급하게 연락이 왔습니다. 출국시점 기준으로 볼 때 만 6개월이 남질 않았다는 것입니다. 부랴부랴 여권사진을 찍고 심한 교통체증으로 정체된 퇴근길을 애태우며 달린 끝에 겨우 도청에 도착해서 여권을 갱신 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부터인지 문득 유효기간에 쫓기며 사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계절 중에서는 특히 유효기간을 절감하는 때가 가을입니다. 그래서 더욱 공허감과 함께 쓸쓸함이 몰려오는 것 같습니다.


주말에 여유롭게 가을 정취를 느끼며 고즈넉한 한옥마을을 걸었습니다.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사계절 북새통을 이루기에, 사람들 발길이 닿지 않은 곳으로 사색과 함께 산책을 했습니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황금색의 풍채로 반기던 은행나무가 앙상한 나뭇가지로 쓸쓸한 웃음을 지으며 맞이했습니다. 감나무는 까치밥으로 남긴 몇 개의 감이 얼굴이 빨개진 채 안간힘을 쓰며 매달려 있고 모과역시 때 이른 추위에 노란 얼굴로 떨다가 반가움에 미소를 짓습니다. 걸을 때마다 밟히며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소리는 유효기간의 희생물들의 비명으로 달려옵니다. 나무에서 반짝일 때 우러러보며 감탄하던 사람들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부터 발로 사정없이 밟고 다닙니다. 하지만 나뭇잎은 원망하지 않고 현실을 받아들이며 거름이 되어서 나무를 잘 자라게 해줍니다. 가끔 운이 좋은 단풍잎과 은행잎은 가녀린 소녀의 손에 들려서 책갈피에 끼워지기도 합니다.


게리 채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에 심리학자의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심리학자 도로시 테노브(Dorothy Tennov)는 신혼부부가 달콤한 사랑에 취하는 유효 기간이 얼마 인지를 연구했습니다. 연구결과 신혼부부들의 로맨틱한 사랑에 사로잡히는 기간은 평균 2년에 불과 했습니다. 유효기간이 지나면 상대방의 결점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고 눈에 거슬리고 짜증을 내기 시작합니다.
게리 채프먼은 <5가지 사랑의 언어>에서 로맨틱한 사랑의 환상에 빠져있는 것을 잘못된 정보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잘못된 정보란 황홀한 사랑의 감정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을 말합니다. 그런데 사랑에 빠져 있는 황홀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오히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것에는 흥미를 못 느끼며 일상생활도 문제가 될 뿐 아니라 건강도 악화되어서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사랑은 황홀경 같은 사랑의 감정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시작 된다.`고 말했습니다.


열정이 식은 그 자리에는 흥분과 열정 대신 편안함과 애착, 안정이 깃드는데 열정적 감정과 애착은 다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열정이 급속히 식는 시기를 지혜롭게 잘 극복한 사람들은 다음 단계인 애착의 단계로 접어들고 서로 노력하며 오랜 세월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연인이나 부부가 정서적으로 닮아가고, 또 서로 의지하며 상대방의 그 존재만으로도 신체리듬이 안정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입니다. 괴테는 `사랑하는 영혼만이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인생의 풍랑을 견딘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건 없다.`고 했습니다. 예부터 오늘날까지 대중가요, 드라마, 영화, 소설 등의 대부분 예술의 근간에는 사랑이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로 `사랑의 유효기간`에서 문제의 발단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전망 좋은 커피숍에 앉아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까치를 기다리는 감나무를 바라보며 향긋한 허브티를 마십니다. 감나무의 따뜻한 사랑이 찻잔을 통해서 가슴으로 포근하게 전해옵니다.


 
기사입력: 2017/11/21 [14:31]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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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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