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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경청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교수   기사입력  2018/01/04 [14:39]
▲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기독교 신자인지라 저녁시간에 가족끼리 모여 가정예배를 드리곤 한다.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말씀을 보며, 기도하는 순서로 진행이 된다.

 

그런데 아들의 예배태도 때문에 불만이 생기곤 했다.

 

이제 다 장성한 아들의 찬송소리나 성경 낭독소리가 너무 작아서 속상하곤 했다. 

 

아마 아들이 모든 부분에서 씩씩하고 우렁차기를 바라는 아버지들이 가지는 본능적인 욕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의 명절 가정예배 드릴 때 잘못은 아들이 아니라 나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들의 목소리가 작아서가 아니라 내 목소리가 너무 크기 때문에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목소리를 낮추니 아들의 소리가 분명하게 들리는 것이 아닌가?


평상시에도 아들과의 대화가 수월치 않아 고심을 해오던 차였다.

 

아들이 무엇인가 얘기를 하면 나는 먼저 충고부터 하고난 후,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들을 자세하고도 꼼꼼하게 내가 계획하고 너는 내가 짜놓은 루틴대로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처리하곤 했다.

 

물론 내가 굉장히 잘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더불어 말이다.

 

자식과의 소통에는 별로 관심이 없이 교훈적이고 지시일변도인 사고방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던 경험이다.

 

소통(疏通)이란 막히지 않고 잘 통하는 것,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을 이름이다.

 

대화의 쌍방이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 교감하여 막힘이 없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내는 것을 소통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소통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런가? 상담카페에 올라온 소통에 관한 고민거리를 몇 가지 열거해 본다.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상사와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상사가 말을 잘못할 때도 있고, 제가 잘 못 알아들을 때도 있고요. 속상하고 답답해서 미치겠네요!,

 

"남편과 소통이 안 되서 너무 자주 싸워 이혼위기에 있어요!

 

"엄마는 왜 하나밖에 없는 딸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에요?"

 

"엄마랑은 도대체 대화가 안돼요.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요!"

 

이런 고민들은 사실상 약자의 입장에서는 절규인 셈이다. 아무리 두드려도 반응이 없는 콘크리트 벽을 향한 외침이다. 결국은 침묵과 단절이라는 과정을 거쳐 은둔형 외톨이를 만들어 내는 우리 사회의 차가운 단면이기도 하다.


정신과 의사의 진료경험을 들어보면 대부분의 경우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치료가 된다고 한다. 때로는 넋두리일수도, 두서없는 횡설수설일지라도 들어만 주면 응어리가 풀어질 것인데 우리는 그것을 못하고 있다.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이것이다.

 

"당신이 언제 한번이라도 내 말에 제대로 귀 기울여 본 적이나 있어요?"

 

"왜 저희 의견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으세요?"

 

소통은 `말함`이 아닌 `들음`으로부터 시작 되는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 제논은 눈은 둘, 귀도 둘, 입은 하나이니 많이 보고, 많이 듣되, 적게 말하라고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듣고 있으면 내가 이득을 얻고 말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이득을 얻는다`는 아라비아속담도 마음에 새길 만하다.

 

귀 기울여 들으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말도 마음에 담을 만한 경구이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힘은 달변이 아니라 경청에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공자는 나이 육십이 되면 이순(耳順)이라 하여 "소리가 귀로 들어와 마음과 통하기 때문에 거슬리는 바가 없고, 아는 것이 지극한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귀가 순해져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현악기에서 소리를 만들어내는 곳을 `공명통`이라 한다. 공명은 마주쳐 울리는 소리를 뜻하는데, 이 활을 켜는 소리들이 공명통에서 얼마나 아름다운 공명을 이루어내느냐가 바이올린의 생명이다.

 

소통이란 바로 이런 공명통과 같아서 여러 가지 소리가 잘 화합하여 하나의 아름다운 소리로 만들어내는 작용이다. 공명이 일어나면 그 소리는 증폭되어 더 크게 들리게 된다.

 

이것이 하나 된 힘이다.


올해 정치권과 경계계의 신년사 키워드는 `성장`과 `개혁` 그리고 `소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다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선 사회 각 분야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새해에는 노사정 대화를 비롯한 사회 각 부문의 대화가 꽃을 피우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조금씩 양보하고, 짐을 나누면 더불어 잘사는 대한민국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역지사지의 `소통`을 통해 대한민국을 더욱 튼튼한 나라로 만들자고 호소했다.

 

새해에는 위정자와 국민들 사이에 소통이 잘 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이 해가 다가는 연말에는 모두 마음껏 웃으며 한해를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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