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비용을 대입한 `금연(禁煙) 경제학`
 
신영조 논설위원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 신영조 논설위원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1970년대 후반 논산훈련소에서 군사 기초훈련을 받은 필자에겐 `화랑` 담배는 군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이름이다. 최근 흡연율이 낮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골초 국가`다. 담배를 피우면 7초 만에 니코틴이 뇌에 도달해 안락감을 주고, 20~40분 정도 효과가 유지된다. 한국인들의 새해 결심 가운데 가장 많은 게 `금연`이고, 작심삼일(作心三日)을 대표하는 것도 `금연 결심`이다. 담배를 피우는 성인들이 느끼는 달라진 사회적 시선, 흡연으로 인한 질병의 공포, 담배 값 인상 등의 이유로 흡연자라면 한 번쯤은 금연을 생각해 봤을 테지만 금연이 쉽지 않다. 통상적으로 담배를 끊은 지 하루가 지나면 우리 몸의 폐는 흡연으로 생긴 불필요한 점액과 담배 유해물질의 잔해들을 청소하기 시작한다.


금연 직후부터 일주일 정도가 고비인데, 이땐 갑자기 몸속 니코틴 농도가 떨어지면서 흡연 충동이 강하게 들 수 있다. 불안하거나 짜증이 나는 등 금단증상이 나타나는데, 금연을 시도하는 모든 흡연자가 이를 겪는다. 금연 한 달이 지나면 피부 콜라겐이 파괴되지 않아, 피부가 탄력 있는 상태로 회복된다. 금연 4주 후에는 몸속 일산화탄소 농도도 비흡연자 수준으로 떨어진다. 금연 시작 두 달 후부터는 각종 암과 뇌졸중ㆍ심장마비 등에 걸릴 위험이 줄고, 운동량이 늘어 장기적으로 체중도 감소할 수 있다. 혈연, 학연, 지연보다 더 센 게 `흡연`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같이 죽자는 인연`이라는 얘기다. 50년대 담배는 전장(戰場)의 긴장을 풀어주고 생사를 함께하는 벗이었다. 60년대 담배는 경제개발을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세원이었다.


문득 얼마 전 서울의 어느 멀쩡한(!) 동네 뒷골목에서 개비 담배를 파는 것을 보고 추억에 젖었던 생각이 든다. 스무 개비가 든 담배 한 갑을 쪼개어 하나씩 팔 때, 개비당 가격은 당연히 비싸진다. 한때 재미삼아 계산해본 개비 담배의 마진율은 60%에 이르렀다. 개비 담배가 가난한 이들과 중독자들을 착취하는 수단이라고 농담조로 말하면서 웃던 기억도 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흡연 기간별 기회비용 분석` 자료에 따르면 매일 한 갑씩 4500원짜리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1년이면 164만2500원을 쓴다. 만약 담뱃값이 현재 가격으로 유지되고 흡연자가 매일 담배를 한 갑씩 계속 피운다고 가정하면 흡연 햇수만큼 담뱃값 비용도 비례해 더 드는데, 이를 `기회비용`으로 따져 어느 수준인지 비교한 것이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4년 금연하면 1년치 대학 등록금(657만원)을 아낄 수 있고, 5년이면 1년 아르바이트로 벌 수 있는 금액(822만원)이 된다. 17년 금연하면 4년 대학을 다닐 수 있는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다. `금연 경제학`으로 따져 20년 금연하면 그랜저(3285만원)를 살 수 있다. 또, 금연은 훌륭한 노후 대비책도 될 수 있다. 50년 금연할 경우 만 65세부터 사망시까지 드는 노후 진료비(8213만원)에 맞먹는 돈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금연의 `시가렛(cigarette) 효과`와 `진짜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생각이다. 담배는 개인의 건강과 경제적 피해는 물론 이웃과 우리 사회 전체에 부담을 지우는 허무한 `구름과자(?)`일 뿐이다. 술ㆍ담배와 함께 대표적 불황 상품으로 꼽히는 로또복권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라지만, 기세등등했던 다수에서 초라한 소수로 전락한 흡연자들은 이제 비싼 담뱃값을 조용히 감당하거나 아니면 고락을 함께했던 담배에 이별을 고하는 수밖에 없다.


 
기사입력: 2018/01/11 [15:55]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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