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의 역설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황해도 장산곶 바로 남쪽에 위치한 백령도(白翎島)는 행정구역 상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속해 있으나,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서 건너온 피난민들이 많이 정착하였다. 그러다보니 한때 북한은 백령도 주민을 회유하기 위해 온갖 공작을 일삼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백령도에 사업개발, 소득증대 등의 목적으로 적지 않은 자금을 지원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자금지원 이후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소득이 늘어난 주민들 중 주로 남성들이 도박과 술판을 벌이는 일이 잦아졌다. 급기야 이를 보다 못한 백령도 주부들이 정부에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백령도 주부들의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던 정부는 해결책으로 강력한 규제 조치를 도입했다. 백령도 내에서는 주류를 생산할 수도 없도록 조치하였고, 육지로부터 일체 술을 반입하지 못하도록 금지시켰다. 이러한 규제 조치 이후 백령도는 어떻게 되었을까? 불행히도 결과는 정부의 의도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몰래 술을 반입하는 밀수(密輸)가 생겨나고, 술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한때 소주 한 병에 정상가격의 50배를 주고도 술을 구하지 못하는 품귀현상까지 빚어졌었다.

 

밀수로 인해 술판은 여전히 벌어졌고, 비싼 술값 때문에 주민들의 지출은 늘어만 갔다. 이 와중에 이득을 본 사람은 밀수꾼들과 술집, 그리고 밀수를 눈감아준 공무원들이었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규제의 역설(逆說)`이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서 규제로  기대했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역효과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규제는 일반적으로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은 시장가격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선(善)한 의도로 시작한 규제가 당초 기대했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부작용만 일으킨다면 아예 규제를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더욱이 경제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 정부의 통제가 먹히지 않는 경우에는 규제가 약(藥)이 아니라 독(毒)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섣부른 규제는 지양함이 옳다. 새 정부 들어선 후 각종 규제를 남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한 은행대출 규제, 집값을 잡기 위한 각종 부동산거래 규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노린 근로조건 규제, 물가상승을 잡기 위한 시장가격 규제 등이 새로 도입한 대표적인 규제들이다.

 

이러한 규제를 양산한 정부의 의도는 물론 선의(善意)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새로 도입한 규제로 인해 여기저기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시장가격이 크게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대출 규제는 자금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고, 부동산거래 규제는 거래수요가 몰리는 일부지역에서 부동산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가 빈발하고 있고, 임금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판매가격을 인상하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다급해진 정부가 기업의 해고행위를 단속하고, 시중가격 인상을 통제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나, 과연 그 효과가 얼마만큼 나타날 지는 의문이다. 신년 벽두부터 장바구니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한 외식비, 편의점 상품 등의 가격상승률이 가파르다. 이것들은 주로 서민들이 애용하는 생필품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생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규제로 인해 사회적비용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규제를 통해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정부는 규제를 통해 사회적 선(善)을 이루겠다는 섣부른 환상을 버려야 한다. 어렵고 힘들수록 시장의 원리를 존중하고 실천하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다. 기업과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간섭은 오히려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하여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고 국민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뿐이다. 인위적이고 강제적인 질서가 아니라, 자생적이고 시장적인 질서가 우리 사회의 근본을 이룰 때 서민들의 생활환경도 나아질 것이다. 규제는 실패하기 쉬운 이상(理想)의 덫에 불과하며, 마치 감기약과 같아 오용(誤用)하거나 남용(濫用)하면 면역력만 떨어뜨린다. 결국 규제는 또 다른 규제를 불러 시장경제체제를 무너뜨리는 우(愚)를 범할 수도 있으니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기사입력: 2018/01/14 [14:58]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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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 수필가 겸 칼럼니스트
「문학저널」 신인문학상(수필부문)을 통해 문단에 등단

현재 문학저널 문인회 수필분과위원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표암문학 회원
사회복지법인 「서울성만원」 경영인
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사회복지사, 관광통역안내사

< 주요 경력 >
한국은행 외환조사실장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평화통일자문회의 외교안보분과 상임위원 등 역임

< 저서 >
이창형 교수의 울산경제 산책 (칼럼집)
취업시장의 트렌드를 읽어라 (취업지침서)
금융실무대사전 (공동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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