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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실명제와 댓글실명제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교수   기사입력  2018/03/06 [15:40]
▲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교수    

1993년 8월 12일 금융실명제가 도입되었다.

 

1982년 `장영자 이철희 사건`이라는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여 금융실명제가 처음으로 논의된 이후 10년 만에 실시하게 된다.

 

금융실명제는 "우리나라의 모든 금융거래를 금융거래 당사자 실제 본인의 이름으로 하도록 도입한 제도"로 정의할 수 있다.

 

당시 우리 경제는 가명이나 무기명 금융거래 등 잘못된 금융관행이 묵인되어 음성ㆍ불로 소득이 널리 퍼진 소위 지하경제가 번창하였다.

 

이에 따라 계층 간 소득과 조세부담의 불균형이 심화되었으며, 불법 정치자금ㆍ뇌물ㆍ부동산투기 등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런 폐해를 청산하기 위한 금융실명제는 "금융거래의 정상화를 기하여 경제정의를 실현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금융거래에 투명성을 부과하는 것"을 목적하고 있다.

 

금융실명제에 관한 위의 글에서 `금융`이라는 용어를 `댓글`로 치환하더라도 별로 어색해보이지 않는다.

 

가명 또는 무기명이라는 날개를 달고 마음껏 저질러졌던 불법적인 사항이, 익명성을 무기로 한 댓글이라는 형태로 다시금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의 등장은 사회현실에 대해 비판할 공간이 없던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마음껏 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게시판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게시판이 마치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거나 악의적으로 남을 공격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는 `악플`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악플이란 인터넷 이용자들이 인터넷상의 원문에 대해 주고받는 글쓰기 문화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악용하여 상습적으로 남을 헐뜯거나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이러한 댓글문화를 가리켜 일명 `악플문화`로 부른다.

 

이런 언어폭력과 거짓정보를 통해 여론을 왜곡시키는 악의적 행태가 도를 넘어 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수준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원래는 인터넷에 글을 쓰려면 본인확인을 받도록 하는 제한적 본인 확인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이것을 위헌으로 선고하였다. 선고이유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2012년의 일이니 불과 6년 만에 우리는 댓글의 폐해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악플에 관한 매일경제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사항은 더욱 자명해진다.

 

악플에 불쾌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81%, 심한 악플러를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90%이며, 인터넷 댓글 실명제가 악플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 75%에 달하고 있다.

 

이 조사결과에서와 같이 대부분의 국민은 도를 넘어선 악플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고, 댓글에 관한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댓글이 불특정 다수에 의한 `타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아울러 `익명성`의 위험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개인의 인권이 무시되고, 국가 전체로서의 덕목이 우선되었던 지나간 시절에, 익명으로라도 민중의 목소리를 토해내고 국민들을 각성시켰던 순기능도 알고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 인 것 같다. 더 이상 얼굴을 가리고 억지논리를 내뱉는 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익명성은 자기행동에 대한 구속이나 제한도 없고, 개인의 행동이 감추어지게 되므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개인적인 책임도 피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을 방패막이 삼아 마음껏 반사회적인 언행을 일삼는 행위가 만연되고 있다.

 

이제는 인터넷 댓글 실명제, 범죄자 얼굴 공개 등을 통해 익명성의 피해를 줄여나가야 한다. 

 

댓글문화는 긍정적인 측면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잘만 다루면 커다란 이익을 줄 수 있다.

 

어떤 국민 관심사에 대해 자유롭게 자기의 의견들을 밝히고, 이런 서로 다른 의견들을 `타인의견 존중`이라는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통해 보다 성숙된 보편가치로 만들고 키워나가야 한다.

 

건전한 시민사회를 위해 헌법재판소의 또 다른 용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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