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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하다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기사입력  2018/05/14 [18:47]
▲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아르헨티나가 IMF(국제통화기금)와 33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19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세계 제5위의 경제부국이었던 아르헨티나는 1982년, 2001년, 2014년에 이어 벌써 4번째 국가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위기는 미국의 금리인상 조치와 미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아르헨티나에 투자했던 외국자본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있는 것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미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1년 전에 비해 50%나 급락하였고, 주가는 폭락하였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페소화 가치하락을 저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12.75% 포인트나 인상(현재 40%)하였으나 역부족이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IMF에 요청한 건 대기성차관(SBA)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성차관은 조건이 붙지 않는 신축적신용공여(FCL)와 달리 재정긴축 등 강도 높은 이행 조건에 미리 동의해야 받을 수 있다. 만기가 1~2년에 불과한 급전이다 보니, 아르헨티나가 까다로운 조건을 무릅쓰고 단기 자금을 빌려야 할 만큼 외화유동성 사정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에 1,320억달러 규모의 사상 최악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디폴트 사태의 후폭풍은 엄청나게 컸다.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실업자로 전락하였고, 페소화 가치는 3분의 1로 추락했다. 당시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은행들은 예금을 동결해야만 했다. 시위와 약탈 속에 국민 20여명이 사망했고, 2001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 불과 2주 만에 대통령궁 주인이 4번이나 바뀌었다.


아르헨티나의 위기는 2015년 마크리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 12년 동안 이어진 좌파 정권의 `포퓰리즘`정책과 방만한 재정정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 끝없이 치솟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라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인 셈이다. 거기에 아르헨티나의 외채는 국가 부채 가운데 60%를 차지할 정도로 외채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우파 야당 출신인 `마크리` 대통령은 아르헨티나를 `정상 국가`로 만들겠다며 자유시장경제 정책을 추진했지만, 좌파 정권이 남긴 폐해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위기 탈출을 선언하며 발행한 100년 만기 국채는 재정적자만 불린 채 최근 투매 바람에 휩싸였다. 그 여파로 페소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20% 넘게 추락했고, 연간 물가상승률은 25%를 넘어섰다.


글로벌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 행보와 맞물린 이번 사태가 신흥시장 위기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아르헨티나의 외화유동성 위기가 브라질, 터키,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 채무구조가 취약한 국가로 전염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모두 미 달러화 표시 외채가 많은데다, 국내 물가상승률이 높아 자국통화의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국제유가도 신흥국의 경상수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는 쉽사리 멈추지 않을 것 같다. 1997년 외환위기는 우리에게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일부에서는 지금 외환보유액이 3,894억불(4월말 기준)로 세계 9위 규모이니, 또다시 IMF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를 막는 안전판의 역할을 할 수는 있으나, 외환유동성 위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다. 아르헨티나가 한 달 전인 3월에만 해도 외환보유액이 617.3억달러로 IMF가 권고하는 적정외환보유액 규모(652.3억불)에 근접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외국인 증권투자(주식+채권)를 통해 우리나라에 유입된 외국자본은 약 7,500억불에 달하며, 단기외채가 1,160억불, 3개월 평균 수입결제액은 1,200억불 수준이다. 한번 외국자본이 빠져 나가기 시작하면 외화유동성은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외환보유액의 규모에 의존하기 보다는 경제정책이나 통화금융정책의 실패를 방지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르헨티나의 경우와 같이, 잘못된 경제정책이나 지나친 선심정책은 국민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집단이기주의를 만연시킬 뿐 아니라, 정부의 과다한 재정지출과 재정적자 관행을 고착시킬 우려가 있다. 정책당국은 외화유동성이 정부의 정책내용이나 정책방향에 따라 쉽게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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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 수필가 겸 칼럼니스트
「문학저널」 신인문학상(수필부문)을 통해 문단에 등단

현재 문학저널 문인회 수필분과위원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표암문학 회원
사회복지법인 「서울성만원」 경영인
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사회복지사, 관광통역안내사

< 주요 경력 >
한국은행 외환조사실장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평화통일자문회의 외교안보분과 상임위원 등 역임

< 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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