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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면
 
박서운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기사입력  2018/06/06 [19:18]

 

▲ 박서운울산과학대학교 교수    

훈풍은 따뜻한 바람이다.

 

기상용어로 사용하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 또는 나라와 나라사이의 관계가 좋을 때 이 말을 쓰곤 한다.

 

항상 긴장과 대립 일변도였던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어, 외견상으로 훈풍이 감돌고 있어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바람은 우리에게 참으로 친숙한 용어이고, 날마다 우리가 감촉하는 아주 구체적인 실체이기도 하다.

 

계절에 따라 부는 바람을 계절풍이라 하는데, 우리나라 주변에서는 봄여름철에는 남동계절풍이 불고, 겨울철에는 북서계절풍이 분다.

 

이로 인해 고온다습한 바람으로부터 한랭건조한 찬바람에 이르기까지 변화무쌍한 바람이 이 땅을 스치고 지나간다. 성경책에 보면 동풍(東風)이 많이 나온다.

 

모세가 이집트로부터 탈출하여(출애급) 갈라진 홍해를 건너 이스라엘 땅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모든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데, 홍해를 갈러 길을 띄운 것은 하나님이 큰 동풍으로 밤새도록 물을 물러가게 한 때문이다. 이렇듯 바람은 때로는 나라의 운명을 갈라놓기도 한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의 적벽대전은 유명한 부분인데. 이때 동남풍이 불지 않았다면 이 화공작전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도 사용되고 있는 바람의 이름에는 참으로 시적이고 아름답고 소박한 이름들이 많다. 그 중에서 부는 방향에 따른 바람의 옛 이름을 보면, `높바람`은 북쪽에서 부는 바람이고, `높새바람`은 북동쪽에서, `하늬바람`은 서쪽에서 부는 바람을 각각 말한다.

 

또 `샛바람`은 동쪽에서 `마파람`은 남쪽에서 부는 바람을 이름이다. 동해로부터 태백산맥을 넘어 불어오는 바람은 습기를 다 뺏겨 고온 건조한 바람이니, 얼마나 배고프면 물기라는 물기는 모두 먹어버려 `칠월 높새바람에 볏잎 마르듯 한다`라는 말이 생겼을까. 

 

바람과 관련한 속담도 참 많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이라는 속담은 음식을 매우 빨리 먹어 버리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지구 전체적으로 보면 대륙과 해수면의 온도차이로 바람이 생긴다. 이로 인해 지구 곳곳에서는 계절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계절풍`이 불게 된다.

 

아라비아인들은 일찍이 인도양에서 대략 6개월을 주기로 부는 겨울의 북동풍과 여름의 편서풍을 이용하여 항해을 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 바람을 이용하여 무역 범선이 항행했음으로 `무역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콜럼버스가 무역풍을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여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도 했다. 비행기로 여행하면 출국할때와 귀국할때의 비행시간이 다른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이는 편서풍의 영향때문인데. 지구의 자전에 의해 생기는 이 바람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게 되므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오는 비행기를 미는 효과가 있어 비행시간이 짧아지게 된다.

 

미국으로 가는 경우에는 반대방향으로 가게 되므로 오히려 귀국할 때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 요즘 황사와 미세먼지의 주범이 되는 바람도 이 평서풍이다.

 

우리 옛 선조들은 바람의 세기에 따라 멋드러진 이름을 붙였다.

 

즉 버들가지가 가볍게 흔들릴 정도의 바람은 `실바람`, 깃발이 가볍게 움직일 정도면 `산들바람`, 큰 가지가 흔들리면 `된바람`이라 하였다. `왕바람`이나 `싹쓸바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봄이 시작되는 첫머리에서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여 매우 차갑게 느껴지는 바람인 `꽃샘바람`이나 모낼 무렵 이 바람이 불면 비가 내리지 않아 큰 흉년이 들어 피죽도 먹기 어렵다고 해서 붙여진 `피죽바람`까지 바람 이름에는 우리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남과 북을 관통하여 부는 요즘의 훈풍으로 마음이 하나가 되고, 서로를 존중하고 애정하며, 몸까지 하나 되는 날을 생각해 본다. 그때는 무역풍이 불어 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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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vid 2018/11/20 [22:33] 수정 | 삭제
  • 바람의 종류가 참 많다는것을 알고 의미 공부 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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