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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회>가장 중요한 것은
 
하송 시인   기사입력  2018/07/03 [17:57]
▲ 하 송 시인

장마철을 맞이해서 소낙비가 오락가락합니다. 뭉게구름이 여유자적 거닐던 하늘이 흐려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지붕을 뚫을 기세로 장대비가 쏟아집니다.

 

며칠 전 어린 아이들 손으로 어설프게 심어진 학교 뒤 `스쿨 팜` 고구마 밭의 줄기가 빗물을 받아먹고 생기를 찾고 있습니다. 줄기에 매달린 잎사귀는 기분이 좋아서 끄떡끄떡 어깨춤까지 추고 있습니다.

 

집에선 갑자기 부분적이지만 수재민이 되었습니다. 큰 비가 쏟아지던 며칠 전 밤에 큰 아들이 자던 방에 물이 흥건하게 젖어와 혼비백산해서 거실로 대피를 했습니다. 관리사무소에서 확인 결과 우리 집 바로 위층도 새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장마가 끝나야 수리가 가능한 듯합니다. 장마가 시작 된지도 얼마 되지 않은데 설상가상으로 태풍까지 올라오고 있어서 큰 낭패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분양받고 입주 후에 20년경을 살다보니 아파트도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기나 봅니다.

 

큰 애는 방에서 꺼낸 책과 옷하고 거실에서 피난민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 빨리 장마가 지나고 밝은 햇살이 비추기를 학수고대하는 마음과는 달리 빗방울은 힘차게 내리고 있습니다.

 

어느 곳에는 비가 갈증을 달래주는 선물이 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큰 근심을 몰고 오는 재앙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쉬는 날이  되었습니다.

 

어차피 장마는 때가 되어야 끝나는 것이고 우리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 확실합니다. 이마에 내 천(川) 자를 그린 채 한 숨만 쉬고 있어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기분전환도 할 겸 운동을 하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마의 습기를 머금고 축 처져있는 가족들에게 외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행선지가 편백나무 숲이라는 말에, 비 오는데 무슨 청승이냐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나설 때는 귀찮지만 막상 가보면 좋을 거라며 회유하는데, 하느님께서 들으셨는지 비가 서서히 그치고 엷게나마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비도 그치고 날씨도 좋은데 빨리 나가서 바람 쐬고 오자고 본격적으로 다그치자 핑계거리를 잃은 가족들이 마지못해 하나 둘 일어섰습니다.

 

평소에 사람들 왕래가 많던 숲길이 한산했습니다. 가족 단위로 띄엄띄엄 몇 명이 보일 뿐이었습니다. 모두 평화로운 얼굴에 경쾌한 발걸음이었습니다. 비가 개인 숲길은 공기도 상쾌했습니다.

 

절반 쯤 갔을까.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우산을 펼쳐들자 우산위로 피아노 선율이 흘렀습니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습니다. 숲길을 거의 내려와서 편백 족욕탕에 이르렀습니다.

 

양말을 벗고 발을 담그고 잠시 쉬었습니다. 족욕탕 옆으로 흐르는 개울에서 다슬기를 발견한 큰애는 우산을 내려놓고 한 걸음에 달려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큰애가 다슬기를 들고 왔습니다. 비에 젖은 것은 개의치 않고 한 주먹정도 밖에 안 되는 다슬기를 들고 의기양양해 하는 모습이 개선장군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걸 삶아먹을지, 된장국을 끓여먹을지, 수제비에 넣을지, 궁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옛날에 어떤 어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두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한 명은 우산 장사를, 한 명은 짚신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비 오는 날은 짚신 장사 아들 걱정, 해 뜨는 날은 우산 장사 아들 걱정에 한숨과 눈물로 보냈습니다. 그러다 옆에서 현자(賢者)의 조언을 듣고 비 오는 날은 우산 장사 아들을, 해 뜨는 날은 짚신 장사 아들을 생각하며 웃으며 지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현재 처한 상황을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노력에도 불가항력적인 경우도 접하게 됩니다.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순응해야 하는 경우를 적잖이 맞닥뜨리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기(here)에서 지금(now) 행복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해가 뜨는 날은 따사로운 햇살이 눈부셔서 좋고, 비가 오는 날은 시인이 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 같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하루하루가 무척 다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 이름 없는 길가의 들꽃 한 송이 모두 아름다운 삶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봅니다. 아름다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다 아름다워집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눈과는 아직 한참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출근길 우산을 챙기며 튀어 나오는 한 마디.


"도대체 장마는 언제 끝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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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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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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