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회>사랑을 했다
 
하송 시인
 
▲ 하 송 시인

얼마 전 오케스트라 공연에 초대받아서 갔습니다.

 

군청에서 관내 초등학생들을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고 희망하는 학교 신청을 받은 것입니다. 작은 규모의 우리학교는 전교생이 공연관람을 하기 위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관광버스에 올랐습니다.

 

주차장은 이미 여러 학교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문화회관 주차장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는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아이들이 소리 높여 "선생님~" 을 외치면서 달려왔습니다.

 

얼떨결에 아이들을 품에 안으며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전에 근무했던 학교 아이들이었습니다. 어찌나 세게 끌어안던지 갈비뼈가 아파왔습니다. 유난히 개구쟁이라서 다른 아이보다 많은 관심을 쏟아야했던 아이가 5학년이 되어있었습니다. 

 

의젓해진 모습을 대견하게 바라보는데 다정하게 내 손을 잡더니 우리가 얼마 만이냐고 질문을 했습니다. 1년 반 만이라고 대답하는 우리 대화를 옆에서 듣던 선생님이 너무 애절하다며 웃었습니다. 반갑게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서야 오랜만에 보는 옆 학교 선생님들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옆에 박 선생님 역시 전에 근무했던 또 다른 학교의 제자들과 반가운 상봉을 했습니다. 그 중에 무표정하게 서있는 정신지체 장애 5학년 남자 아이에게 다가가서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러자 그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것, 어디서 많이 봤는데…"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2학년 때 담임선생님한테 이렇게라도 기억해주는 것이 고맙다며 박 선생님은 무척 기뻐하고 기특해했습니다.


본격적인 클래식 공연에 앞서서 사회자가 주문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소란스럽지 않도록 교사들이 특별히 지도를 잘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교사들은 아이들 중간 중간에 앉았습니다.

 

클래식 연주가 시작 되었지만, 몇 명은 교사의 눈을 피해서 옆에 앉은 아이들과 소곤소곤 하다 선생님하고 눈이 마주치면 그치기를 반복했습니다.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교사들 역시 공연에 집중하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드디어 모든 연주가 끝났습니다. 사회자는 앵콜을 유도했지만 아이들은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별로 반응하지 않는 아이들을 대신해서 교사들이 앵콜을 외쳤습니다. 앵콜 연주곡을 듣지 못하면 아마도 여러분들이 많이 서운할거라고 사회자가 엄포(?)를 놨습니다.  이어서 앵콜곡이 연주되자 갑자기 아이들이 "우와~" 하는 환호성과 함께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연주가 끝나자,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제히 앵콜을 크게 외쳤습니다. 그리고 연주에 맞춰서 또 떼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연주곡은 가수 아이콘 노래의 `사랑을 했다`와 방탄소년단의 `DNA`였습니다. 

 

"아이들이 `떼창`을 해서 `사랑을 했다` 노래가 초등학교 교실선 금지곡 됐어요."
"일곱 살 딸이 종일 `사랑을 했다`만 불러 지겨워 죽겠어요. 도대체 왜 이러죠?"

 

최근 기사에 나온 내용입니다. `떼창`이란, 아이들이 떼로 하는 노래를 뜻하는 말입니다.

 

`사랑을 했다` 노래는 가사가 쉽고 박자가 느린 편이어서 어린 아이들도 부담 없이 따라 부르기 좋은 노래입니다. 또한 가사에 영어가 들어있지 않은 점도 한 몫을 한 것 같습니다. 멜로디도 쉽고 반복적이라서 중독성까지 갖췄습니다.

 

그런데 어린 아이들이 가요가 아닌 동요를 이렇게 열광적으로 좋아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공연장을 나서는데, 예전 근무 학교 아이들이 다시 쫓아와서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단순하고 어린 아이들이 1년 반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저렇게 사랑의 마음을 보이는데, 내가 저 아이들에게 얼마만큼 사랑을 쏟았었는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교직에 발을 딛고 한동안은 참으로 아이들을 많이 사랑하며 열정을 쏟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서 상처를 받으면서,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비우자고 각오를 다지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아이들을 향한 기대와 열정은 줄어들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 역시 선생님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며칠 지났는데도 아이들의 `사랑을 했다` 떼창 소리가 귀에 윙윙거리면서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8/07/17 [18:37]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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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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