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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경제 파탄의 교훈
기사입력  2018/08/13 [19:45]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 이창형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식량난(難), 초(超)인플레이션, 급증하는 범죄 등을 견디지 못하고 국외로 탈출하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이 들려온다. 이미 베네수엘라 전체 인구(3,100만 명)의 10%인 300만 명 이상이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소문도 있다. 급기야 인근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정부가 밀려오는 베네수엘라 `난민`을 감당하지 못해 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고 하니 국제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믿기지 않지만, 베네수엘라는 5년 만에 경제 규모가 반 토막이 났다. 심지어 극도로 부족한 생필품과 식량 때문에 지난해 베네수엘라 전체 국민의 평균 몸무게가 11㎏이나 줄었다고 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 (IMF)은 올해도 베네수엘라의 경제성장률이 -18%나 추락하여 3년 연속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올해 말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100만%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근래 베네수엘라는 국가 부도위험이 커지면서 수입(輸入)이 어려워짐에 따라 생필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올해 6월 기준 베네수엘라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4만6,306%로 추산된다.

 

최근 베네수엘라의 쌀 1㎏의 가격은 22만`볼리바르`, 두루마리 휴지 네 개 묶음 한 팩은 17만`볼리바르`라고 한다. 베네수엘라의 근로자 최저임금이 월 39만`볼리바르`라니, 저소득층은 한 달 월급으로 쌀 1kg과 휴지 한 팩을 겨우 살 수 있을 정도이다. 세계 최대 석유매장량을 가진 베네수엘라 경제는 2014년의 유가 하락과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미국 등의 제재가 더해지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는 수출의 95%,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원유가 국가의 주요 수입원인데, 몇 년 전부터 유가 하락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50만 배럴로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베네수엘라가 석유로 한창 돈을 벌어들일 때 일일 원유 생산량은 300만 배럴 수준이었으니,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유가 하락과 원유 생산량 감소로 수출액이 급감하다 보니, 베네수엘라 경제는 사실상 부도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베네수엘라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 경제 파탄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는 남미(南美) 좌파벨트를 이끈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차베스의 좌파 포퓰리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여, 원유 판매로 벌어들인 돈을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 등 선심성 정책에 모조리 쏟아부었다.


심지어는 무상복지라는 이름으로 저소득층에 식료품을 무상으로 배급하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무료로 노트북을 나눠주기도 했다. 그러나 유가가 하락하면서 재정에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하였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화폐를 무제한으로 찍어내기 시작했고, 이는 결국 초(超)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뒤늦게 정부가 시장가격을 통제하려고 나섰으나, 허망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연이은 좌파정권의 반(反)시장적 경제정책도 경제 파탄에 한몫을 했다. 2003년 국영 석유회사 PDVSA에서 노동자 파업이 일어나자 차베스는 이를 명분으로 자신에게 반대하던 경영진과 엔지니어, 고급 기술 인력을 모두 해고했다.

 

2007년에는 외국계 석유회사 자산도 강제로 수용해 PDVSA에 합병시켜 국유화한 다음, 포퓰리즘 정책의  재원을 조달하는 창구로 주로 사용했다. 그러나 PDVSA는 벌어들인 돈을 정부가 모조리 가져가는 바람에 생산설비와 시설에 대한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없었으며, 전문인력이 이탈하면서 고장 난 장비와 시설이 방치되어 정유시설이 폭발하는 사고가 빈발했다. 결국 석유기업의 국유화는 원유생산의 감소로 귀결된 셈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국가부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오는 8월 20일부터 현재의 화폐가치를 10만분의 1로 축소하는 화폐개혁을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08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도 1000대 1의 화폐개혁을 단행한 바 있는데, 10년 만에 다시 극약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경제정책의 근본을 바꾸지 않는 한 화폐개혁은 미봉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리디노미네이션`(액면절하)은 물가가 다시 급등하고 부동산투기를 부추기는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경제위기는 노골적인 포퓰리즘과 반(反)시장, 반(反)기업 정책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생산의 감소와 고용의 감소를 초래함으로써 결국은 국가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간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포퓰리즘의 유혹을 떨치지 않으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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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 수필가 겸 칼럼니스트
「문학저널」 신인문학상(수필부문)을 통해 문단에 등단

현재 문학저널 문인회 수필분과위원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표암문학 회원
사회복지법인 「서울성만원」 경영인
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사회복지사, 관광통역안내사

< 주요 경력 >
한국은행 외환조사실장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평화통일자문회의 외교안보분과 상임위원 등 역임

< 저서 >
이창형 교수의 울산경제 산책 (칼럼집)
취업시장의 트렌드를 읽어라 (취업지침서)
금융실무대사전 (공동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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