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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관하여
 
박서운 울산과학대 교수   기사입력  2018/10/04 [19:05]
▲ 박서운 울산과학대 교수    

통계청이 지난달에 발표한 `2017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사망자수는 28만 여명으로 통계작성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암이 전체 사망원인 1위를 기록한 가운데 30대 이하 젊은 층의 경우 자살이 사망원인 1위를 나타냈다. 나라 전체의 자살 사망률이 꾸준히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에는 높은 사망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자살률(10만 명당 자살자 수)이 최근 25년 새 3.6배로 증가하고, 이중에서 특히 40대 이상 중노년충의 자살률 증가가 두드러지며 이에 따른 중노년층의 자살 예방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기사가 올라와 있다.

 

2016년 신문기사 내용에는 이런 기사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OECD 회원국 가운데 12년 연속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유지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자살자수는 38명이나 된다`. 이제는 자살이 어느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인자가 되어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예전에는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이 정신질환이었으나 요즘에는 경제적인 문제가 더 큰 것으로 조사된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자살 충동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살률의 연간 추이를 보면 국가적인 경제위기가 왔을 때 자살률도 같이 급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소득 양극화에 따른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과 아울러 스트레스, 외로움 등이 사람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은  그의 저서 `자살론`에서 자살이란 `피해자 자신이 일어날 결과를 알고서 행하는 행동의 결과로 발생하는 죽음의 사례들`로 정의하고 있다. 자살을 `사회학적으로` 이야기한 그에 따른다면 자살은 엄연한 사회 현상이며 자살의 원인 역시 사회적이라는 것이다. 뒤르켕은 자살이 사회적 현상이라는 것을 보이기 위하여 여러 가지 통계 자료를 조사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생각하던 것과는 달리, 정신병이나 신경쇠약증, 유전적 요소, 개인의 체질, 다양한 신체적, 물질적 조건들이 자살과 확정적인 관계가 없고 이것들만으로 자살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을 밝혔다.


자살에 관한 학문적 고찰이 필요할 때는 빠짐없이 뒤르켕의 `자살론`을 이론적 근거로 제시되곤 한다. `자살론`이 초판 출간된 해가 1897년이니, 벌써 100여 년 전 일인데, 결국 자살에 관한 메커니즘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변하지 않는, 인간의 원초적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적 위기가 자살의 경향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진다는 것은 관념적으로 직관할 수 있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뒤르켕은 19세기의 혼란한 유럽사회의 자살률 통계로 이런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경제위기로 인해 빈곤이 증가하고 생활이 힘들어져서 사람들이 목숨을 쉽게  버리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100년 전에 비해 삶의 질이 훨씬 좋아진 지금은 자살이 거의 사라져야 할 것이다.

 

물론 부의 편재로 인한 영향이 있어 극빈층은 어느 시대에서나 존재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뒤르켕은 빈곤의 증가가 자살의 증가를 일으킨다는 일반 관념 외에, 국가가 급격한 번영을 일으킨 좋은 변화도 경제위기와 마찬가지로 자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사회정세의 변화라든가 사회 환경의 차이 또는 도덕적 통제의 결여와 같은 사회현상이 생기면 자살이 증가하며, 이와 같은 유형의 자살을 `아노미적 자살`이라 정의하고 있다. 아노미(anomie)란 `행위를 규제하는 사회 공통의 가치나 도덕적 규범이 상실된 혼돈 상태`를 뜻하는 개념으로 뒤르켕이 사용한 용어이다.

 

이런 유의 자살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지던 가치관이나 사회 규범이 혼란 상태에 빠졌을 때 자주 일어난다. 중산층으로 가정과 사회를 향해 헌신적으로 일생을 살아오다, 여러 사회변화요인으로 명퇴를 당하거나, 개미처럼 열심히 살아온 소시민이 설 땅을 잃어버리는 일이 다반사인 요즘이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분들의 자살원인은 표면적으로는 경제위기 때문이겠으나 내면적으로는 사회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감당할 수 없는 절박한 심정이 아노미처럼 도사리고 있고 그로 인한 자살이 많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변화의 시간이 필요하다. 성숙의 기간이 필요하다. 국가나 사회 기업, 가족구성원들이 서로 견뎌내는 시간이 필요함을 깨닫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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