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회> 모과 향기
 
하송 시인
 
▲ 하송 시인    

띵똥~`
어머니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토요일에 어머니께서 다니시는 교회에 행사가 있으니 참석해달라는 내용이습니다. 자녀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참석해주었으면 좋겠다며, 교회에서 가족 모두를 초대했다는 말씀도 함께 전하셨습니다. 갑자기 무슨 행사가 있는지 의아해 하자 `권사 은퇴식`이라고 하셨습니다. 오래 전에 참석 했던 어머니의 `권사 임직식`이 생각났습니다.

 

우리 모든 남매와 가족들이 참석해서 축하를 해드렸습니다. 우린 각자 집에서 찬송가를 열심히 연습해서 `권사 임직식 축하 가족 특송`도 불렀습니다. 어머니께서 무척 기뻐하셨고 그 전에도 그랬지만 그 이후엔 더욱 열과 성을 다해서 봉사하며 열심히 믿음 생활을 해오셨습니다. 팔순을 바라보는 적지 않은 연세에도 항상 주일을 지켜서 교회에 출석하셨습니다. 날마다 이른 아침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며 교회의 모든 행사에 앞장서서 다른 교인의 귀감이 되며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해오셨습니다.

 

혹시 자녀들과 함께 장거리 가족여행 가느라 일요일에 교회에 출석하지 못하면 불안감과 죄책감으로 힘들어 하셨습니다. 그래서 가족모임을 가질 때마다 첫째로 어머니께서 일요일에 교회 가시는 것을 방해하지 않도록 일정을 정해왔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고, 권사 은퇴식을 한다고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은 것입니다. `교회에서 무보수로 봉사하는 직분인데, 굳이 나이를 정해서 은퇴를 시키는 이유가 뭐예요?` 궁금증이 몰려와서 여쭤보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어머니께서 속상하실까봐 혼자 마음속 생각으로만 그치고 말았습니다.

 

 `은퇴식`이란 `맡은 바 직책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는 것을 기념하는 의식`을 말합니다. 직장에서 정년퇴임한 어른들이 평생 동안 직장에 소속되어서 자신의 일을 갖고 생활하다가, 은퇴와 함께 상실감과 소외감 속에서 적응하느라 힘든 경우를 많이 접합니다. 여전히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몸도 건강하고 하던 일도 숙련돼서 어려움 없이 재미있게 일을 하고 있는데, 단지 나이가 찼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강제로 물러나게 되니 폐품의 기분이 든다고 했습니다. 현직 시절의 자신감으로 활기차던 모습과 대조적으로 퇴직 후 의기소침해진 모습은 낯설고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내색을 못하고 더 젊어지고 건강하시게 보인다고 말씀을 드리곤 합니다. 어머니 역시 평생 동안 교회 다니시며 어떤 형태로던지 직분을 가지고 봉사하는 삶을 살며 지내오신 터라 혹시라도 큰 상실감으로 다가 올까봐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1박2일 동안 충주에서 진행되는 연수와 은퇴식 일정이 겹치게 되었습니다. 은퇴식 참석이 어렵게 되자 기분이 더욱 울적해졌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며칠 동안 말씀을 못 드리고 `끙끙~` 거리다가 드디어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안 와도 된다, 부담 갖지 말라`고 하시는데 말소리에 힘이 없었습니다. 저는 못가지만 사위와 손자는 참석한다고 말씀드리자, 갑자기 반색을 하시며 전화기 너머 어머니의 목소리가 활기차졌습니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여름에 초록으로 빛나던 나뭇잎이 빨갛게 물들더니, 벌레 먹은 나뭇잎부터 떨어져 찬 바닥에 쓸쓸이 뒹굴고 있습니다.

 

이미 할 일을 모두 마친 나무가 겨울 준비에 들어간 것입니다.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라는 유행가 노랫말이 있습니다. 가을은 풍성한 결실의 계절이지만 한 편으로 외롭고 쓸쓸해지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학교 뒤뜰 모과나무에 모과가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옆에 있는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며 하나씩 떨어지자 모과 역시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모과나무 아래는 땅에 떨어지면서 생긴 상처투성이의 모과가 엉켜서 뒹굴었습니다.

 

그 위로 스산한 가을바람이 낙엽을 실어서 스치고 지나 갈 뿐입니다. 애처로운 마음에 모과를 몇 개 주웠습니다. 울퉁불퉁하고 흙이 묻고 흠집이 많이 나있어서 순간 망설여졌습니다. 그냥 버릴까 잠시 갈등하다 깨끗하게 씻어서 책상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노랗게 익어가면서 은은한 향기가 솔솔 울려 퍼져 나왔습니다. 흠집 부위가 썩을까봐 내심 걱정했는데 마치 소독약을 바른 것처럼 꼬들꼬들해졌습니다. 어머니께 풍성한 모과향기를 선물해 드려야겠습니다.


 
기사입력: 2018/10/30 [17:40]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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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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