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탈레반과의 협상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정부에 내년 4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연기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아프간은 미국의 공습으로 붕괴한 옛 탈레반 정권 지지자(반군)들이 정권 탈환을 위해 무력 활동을 벌이면서 17년째 내전을 겪고 있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는 내년 4월 대통령 선거를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은 잘메이 할릴자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특사로 파견해 탈레반 측과 내전 종식을 목표로 한 대화를 시도해 왔다. 그러나 탈레반 측은 집권세력인 가니 정부가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하며 대화를 거부해 왔다. 미 관료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아프간 대선이 예정대로 치러질 경우 투표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할릴자드를 통해 추진하는 내전 종식 프로세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할릴자드는 탈레반 지도자들과 내주께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만날 것으로 예정이다. 그는 "선거 연기는 평화 프로세스의 구성요소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미국이 실제 대선 연기를 요구할 경우 가니 정부와 불화를 빚을 가능성도 있다. WSJ는 "지난 11일 할리자드가 아프간 관료와 정치인들을 만났을 때 선거 연기 아이디어는 냉담한 반응을 얻었다"고 했다.
다만 가니 정부 일각에선 대선 연기에 동조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나온다. WSJ는 "아프간 정부가 미국의 재정적, 군사적 지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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