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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눈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교수   기사입력  2018/12/26 [18:29]
▲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교수    

눈은 우리 몸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 역할은 어느 장기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눈을 통하여 어느 물체를 볼 때, 시선이 정확히 물체에 맞도록 바깥눈 근육이 작용하여 안구가 움직여야 하고, 적당한 빛을 받아들이기 위한 동공의 수축과 확대가 수반된다. 동공은 홍채, 모양체에 의해 움직이고, 모양체와 수정체의 상호작용을 통해 망막에 초점이 맞춰진다. 망막에 도달한 시각정보는 시세포에서 전기 자극으로 바뀌고 신경절세포, 신경섬유층과 시신경 유두를 통해 시신경으로 전달되고, 최종적으로 뇌기능에 의해 반응하게 된다.


눈(eye)이 시각정보를 수집하여 뇌로 전달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몸은 아주 정교한 메커니즘에 의해 작동되어야 하고, 정해진 루틴에 따라 움직일 때에만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국정 운영을 눈이 기능하는 구조로 비견하여 보자. 청와대는 여론을 수렴해서 정확한 정책안을 만들어야 하므로 망막에 비유할 수 있겠다. 또한 최종적인 지령을 내리는 뇌는 역시 대통령의 기능이라 할 만하다. 망막에 뚜렷한 상(像)이 보이면 좋겠지만 흐릿하게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두 개의 상이 동시에 맺히기도 한다고 하니 청와대 비서관들의 역할이 참으로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이 기능이 잘못되면 대통령은 허상을 붙들고 씨름할 판이니 참모진의 올바른 판단능력은 곧바로 대통령의 통치능력으로 나타나게 된다. 시야를 넓히기 위하여 청와대에는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집되어야 한다. 이 분들은 이념으로 뭉친 집단이 아니라 갖가지 전문능력이 조화를 이룬 `테크노클라트`여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시야가 밝아져 사안을 명백히 본다 할지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빙산의 하부처럼 물 밑에서만 존재하는 실체를 올바르게 들여다 볼 수 있는 대통령의 심안(心眼)과 영안(靈眼)이다. 


대통령의 많은 직무가운데서 미래를 내다보고 현재를 준비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할 것이다. 앞을 바라보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개미의 눈(Ant`s eye)과 새의 눈(Bird`s eye)이 그것이다. 개미의 눈으로 바라보았을 때는 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거대한 장벽일 것이다. 가녀린 풀잎 하나, 자그마한 돌덩어리도 그들에겐 철옹성이 된다. 그러나 개미는 그것들을 결코 피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든 뚫고 지나간다. 돌아가거나 때로는 대롱대롱 매달려 넘어가기도 하면서 결국은 이겨내고 만다. 이것이 개미의 가장 큰 덕목이라 할 만하다. 반면 새는 모든 사물을 눈 아래 두고 본다. 그들에게는 거칠 것이 없다. 사방으로 상당한 거리를 시야에 두고 먹이를 찾아내곤 한다. 하늘로 치달아 올라갈 때는 상승기류를 타고 우아하게 비행하고, 사람보다 4배나 큰 시력을 이용하여 상대를 제압한다.


우리 대통령은 새의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 국정 현안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며 증상을 확인하는 개미의 눈은 청와대나 정부부처의 전문직 공무원들이 가져야 한다. 대통령이 그런 작은 일에 집착하면 지금 당장은 시원한 느낌을 받을지 몰라도 근본적 치유는 어렵게 된다. 화재 현장마다 찾아다니며 피해자를 위로하고, 관련자를 문책하며 대응책을 지시하는 대통령은 사실상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은 더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내다보며 대한민국이라는 거대선단을 지휘해나가야 한다.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결연한 눈초리와 꾹 다문 입으로 심사숙고 준비된 정책을 제시하여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선량하고 각종 사고로 울부짖는 국민을 위무하는 대통령도 좋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의 상황에서 우리 대통령은 조금 `크게 놀았으면` 한다.


대통령은 사물을 보되 관조(觀照)의 눈도 필요하다. 관조란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보는 시각을 말하고, 지혜로 모든 사물의 참모습과 나아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를 비추어 본다는 의미이다. 관조를 통해 이루어낸 판단은 결코 경망스럽지 아니하고 무게가 있어 그 자체로 권위를 가질 만하다.


묵상(默想)도 `대통령학`의 기초과목이 됨직하다. 자를 뜯어보면 이러하다. 아무 소리 들리지 않는 깜깜한 밤(黑)에 저 멀리서 아스라이 들리는 개(犬)의 울음소리가 합해진 말이 묵(?)자이니 대통령은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안녕을 위해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묵상하고, 관조하며 더 높이 날아 이 나라를 반석으로 올려놓아야 하지 않겠나. 괜한 기대하지 말라고 누군가에게 핀잔먹을 줄 알면서도 다시 한 번 대통령에게 기대하며 새해를 준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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